국내 기업들이 사우디아라비아와 17일 체결한 업무협약(MOU)은 총사업비 5천억달러(약 670조원)에 이르는 네옴시티 본공사 수주를 겨냥하고 있다.
특히 높이 500m·길이 170km에 이르는 대형 건축물인 직선형 도시 '더라인(The Line)'의 핵심 요소는 모듈러 건축 공법과 건물 지하에 놓여 이동 수단을 담당하는 철도다. 향후 발주 규모가 다른 분야보다 클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교통부는 17일 삼성물산이 사우디 국부펀드(PIF)와 모듈러 건설 관련 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PIF는 네옴시티의 자금줄 역할을 한다.
삼성물산은 사우디 내 모듈러 건설 기술 적용에 협력하고, 관련 공급망을 구축하기로 했다. 네옴시티 외에도 PIF가 추진하는 엔터테인먼트 도시 '키디야' 등 사우디의 초대형 프로젝트에 모듈러 공법이 적용되는 데도 협력하기로 했다.
모듈러 공법은 구조체를 포함해 건축 부재의 70% 이상을 공장에서 사전 제작한 뒤 공사 현장에서는 설치와 내외장 마감 등만 진행하는 것이다.
네옴시티 '더라인'은 2030년 완공을 목표로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사우디는 속도전을 펴야 하는 상황이다. 모듈러 공법을 쓰면 빠른 속도로 건물을 올릴 수 있다.
네옴시티의 도시계획을 총괄하는 타렉 캇두미 네옴 수석디렉터는 "레고처럼 모듈러 방식을 쓰면 빠르게 건물을 완성할 수 있다"며 "모듈러 방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MOU를 통해 삼성물산이 노리는 것은 먼저 '네옴 베타 커뮤니티' 프로젝트 수주다.
베타 커뮤니티는 네옴시티에 조성되는 1만 가구 규모의 임직원 주거 단지다. 공사를 담당하는 이들에게 필요한 숙소를 모듈러 공법으로 짓는 건데, '더라인' 내 주택건설을 위한 테스트베드 성격이 강하다.
이 프로젝트로 모듈러 주택을 시험해본 뒤 실제 더라인 내 주택 건설에 적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물산은 올해 안에 네옴 측과 베타 커뮤니티 D&B(Design&Build·설계 및 구축) 계약을 맺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로템은 사우디 투자부와 철도 사업 관련 MOU를 체결했다.
디젤 기관차를 대체할 차세대 수소기관차를 공동 개발하고, 노후화된 사우디 차량 유지보수 기지의 현대화, 차량 유지 보수, 사우디 내 현지 철도 차량 제작공장 설립에 협력한다는 내용이다.
현대로템은 지난 3월 차량 발주사업 PQ에 참여한 뒤 네옴 측과 사업 참여방안을 협의해 왔다. 이번 MOU를 통해 올해 말 본입찰에서 성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