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 금투세 강행에 우려 '폭발'…"거래위축 등 시장불안 불가피"

입력 2022-11-17 15:29
수정 2022-11-17 15:41
금융위, 증권사 7곳과 시장영향 의견 청취


내년부터 시행 예정이던 금융투자소득세 과세의 유예 여부를 두고 정치권에서 혼선이 거듭되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증권업계를 만나 시장 영향 파악에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투센터에서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NH투자증권, 대신증권, 신영증권, 한화투자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등 국내 7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과 애널리스트 등이 참석하는 회의를 열고 금융투자소득세가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다.

이날 회의에서 증권업계 참가자들은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으로 시장 불안과 혼선이 이어질 수 있다며 내년 시행보다 2년간 유예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상황 불안을 이유로 금융투자소득세 유예 입장을 밝힌 정부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이 연초 이후 크게 하락한데다 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으로 인해 금융투자소득세를 시행하기에 적절치 않다는 것이 주된 이유로 꼽혔다. 한 참석자는 "실제 과세부담 여부와 관계없이, 과세부담 가능성 발생만으로도 시장에 부정적 영향이 미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금투세로 인해 세후수익률이 낮아지는 만큼, 우리 증시 거래가 크게 위축될 것이며,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투자가 일반화되어 있는 만큼, 우리 증시가 해외투자에 비해 매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투자자들이 납부해야 할 세금 등에 대한 예측이 어렵고 현장에서 제도 시행에 대비한 준비가 미흡한 점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다른 참석자들 중에는 "반기별 원천징수와 확정신고 등 세금납부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수적 납세협력비용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지적과, "장기투자를 유도할 수 있도록 혜택을 더 주고, 세제로 인해 투자를 위축하지 않도록 공제기준이나 세율도 추가 조정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이어졌다.

회의를 주관한 이윤수 자본시장정책관은 "주요국 통화긴축, 경기침체 우려, 인플레이션 등 주식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서 "현행 시장상황 고려시 지금 금투세를 당장 시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2년 유예 법안을 발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정책관은 이어 "국회에서 논의를 거쳐 금투세 도입을 유예하는 법안을 통과시킨다면, 일반투자자 보호 강화와 우리 자본시장 제도의 글로벌 정합성 제고 등의 제도적인 조치를 차질없이 완수하겠다"고 주장했다.

금융투자소득세가 도입되면 상장 주식 보유 비중과 관계없이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투자로 얻은 5천만원 이상 소득에 대해 20%, 3억 초과분은 25%의 세금을 내야 한다.

해외주식은 채권투자 소득과 더해 250만원을 공제한 금액에 대해 세금을 내도록 변경된다.

현행 소득세법은 상장사 주식을 10억원 이상 보유하거나 주식 지분율이 일정 규모 이상인 경우를 대주주로 분류하고 주식 양도 차익에 대해 20%의 세금을 부과한다. 이에 대해 정부는 대주주 분류 기준을 100억원 이상으로 상향하는 대신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을 2025년까지 유예하는 세법 개정안을 지난 7월 발표했다. 정부는 금융투자소득세 과세 대상자가 최근 10여 년간 평균 주식 거래 내역을 기준으로 약 15만 명 수준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정부의 이러한 입장과 달리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금융투자소득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여야가 오랜 합의 끝에 통과시킨 법안인데다, 법안 도입을 유예할 경우 일부 고액 투자자들에게만 혜택을 주는 '부자 감세'가 될 수 있다는 논리다. 다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1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금투세 도입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면서 당내 입장 변화 기류도 감지되고 있다.

당초 금융투자소득세는 지난 2020년 12월 여야 합의로 관련법이 통과됐고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여야가 끝내 금융투자소득세 유예에 대해 합의하지 못할 경우 정부안이 오는 12월 초 국회 본회의에 부의된다. 더불어민주당이 다수당인 국회 원 구성에 따라 기존 입장을 고수할 경우 해당 세법 개정안의 통과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법안 시행 한 달여를 앞두고 금융투자소득세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자 개인 투자자 단체를 중심으로 제도 유예에 대한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는 금융투자협회와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금투세 주가폭락', '주식시장 대재앙'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연이서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청원 게시판에도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은 실익이 없는 제도라며 유예해달라는 글에 5만 명이 동의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