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또 새역사 썼다…예상 뒤엎고 그래미 3개 부문 후보로

입력 2022-11-16 17:56
수정 2022-11-16 17:56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15일(현지시간) 예상을 뒤엎고 제65회 '그래미 어워즈'(Grammy Awards) 3개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리는 '깜짝 성과'를 냈다.

가요계에서는 미국 주류 대중음악계가 이제는 방탄소년단을 자국 주요 팝스타와 동일선상에 올려둔 것으로 보인다는 견해가 나온다.

다만 실제 수상 가능성을 두고는 기대와 신중론이 엇갈린다.

◇ 올해 별 활동도 없었는데…K팝 슈퍼스타 위상 과시

가요계가 후보 지명 결과에 놀란 것은 방탄소년단이 올해 입대라는 대형 이슈와 복잡하게 맞물리면서 앤솔러지(선집) 음반 '프루프'(Proof) 발매 외에는 별다른 음악적 행보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방탄소년단은 글로벌 영어 히트곡 '다이너마이트'(Dynamite)와 '버터'(Butter)로도 지난 2년간 '베스트 팝 듀오 그룹 퍼포먼스'(Best Pop Duo Group Performance) 한 개 부문 후보로 만족해야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특별한 활동 없이도 3개 부문 후보라는 K팝 최초 기록을 쓰면서 간판 슈퍼스타의 위상을 과시했다.

그래미 측은 공식 홈페이지에 게재한 후보 발표 기사에서 "방탄소년단이 후보 지명으로 역사를 만들었다"며 "그들의 글로벌 슈퍼스타 지위를 훨씬 높은 단계로 끌어올렸다"고 평가했다.

◇ 콜드플레이와 협업 '묘수'에 그래미도 호응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 대상 등 주요 미국 시상식을 섭렵한 방탄소년단에게 그라모폰(그래미 트로피)은 일종의 '마지막 과제'였다.

이런 가운데 방탄소년단이 지난해 9월 영국 출신 밴드 콜드플레이와 협업한 '마이 유니버스'(My Universe)는 이를 돌파할 묘안으로 평가됐다.

콜드플레이는 2008년 히트곡 '비바 라 비다'(Viva La Vida)로 빌보드 싱글 차트 1위에 오르고 '그래미 어워즈' 3개 부문에서 수상한 이후 13년 동안 빌보드 '핫 100' 1위곡을 배출하지 못했다.

방탄소년단은 이와 반대로 '다이너마이트'를 필두로 '퍼미션 투 댄스'(Permission To Dance)에 이르기까지 '핫 100' 1위곡을 잇따라 내며 막강한 '팬덤 화력'을 자랑했지만, '그래미 어워즈'가 보이그룹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한계를 안고 있었다.

이들은 협업곡 '마이 유니버스'로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 주며 '환상의 호흡'을 빚어냈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콜드플레이라는 세계적인 밴드와 컬래버레이션(협업) 할 정도로 방탄소년단의 위상이 올라갔다는 것"이라며 "방탄소년단이 다른 팝스타와 대등한 자리에 서고, 계속 앞으로 나아간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이번 후보 지명은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방탄소년단을 '베스트 뮤직비디오' 부문 후보로 올려준 '옛 투 컴'에는 '상남자'·'봄날' 등 과거 발표곡을 상징하는 소품이 등장하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 9년의 궤적을 정리한다는 '프루프' 음반의 서사와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이런 스토리와 영상미는 한국어 뮤직비디오라는 한계에도 '그래미 어워즈' 1차 심사 관문을 통과할 수 있게 한 원동력으로 꼽힌다.

◇ 실제 수상 가능성은…막강한 경쟁 후보에 기대와 신중론 교차

가요계에서는 방탄소년단의 수상 가능성을 두고는 기대와 신중론이 교차한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최근 '베스트 뮤직비디오' 수상작을 보면 존 바티스트, 비욘세 등 메시지가 있는 작품이 많이 선정됐다"며 "'옛 투 컴'은 방탄소년단 팀 활동의 1막을 마무리하는 의미가 있어 아주 열세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고 전망했다.

그렇지만 경쟁 후보들도 만만치 않다.

'베스트 팝 듀오 그룹 퍼포먼스' 부문에서는 아바의 '돈트 셧 미 다운'(Don't Shut Me Down), 카밀라 카베요의 '뱀뱀'(Bam Bam), 샘 스미스·킴 페트라스의 '언홀리'(Unholy), 포스트 말론·도자 캣의 '아이 라이크 유'(I Like You)가 함께 후보로 지명됐다.

이 가운데 1973년 데뷔 이래 숱한 히트곡을 냈지만 그래미 무관에 그친 스웨덴 출신 밴드 아바가 내년 데뷔 50주년을 맞는다는 점에서 수상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이들도 있다.

또 올해 9월 발매돼 인기를 끈 '언홀리'도 유력 수상 후보라는 전망도 있다.

김도헌 평론가는 "한국 가수가 계속 '그래미 어워즈' 후보로 지명되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다"며 "방탄소년단은 직접 작사·작곡한 곡이 올라가야 그 음악적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미 어워즈'를 주최하는 레코딩 아카데미는 이날 발표된 후보를 대상으로 다음 달 14일부터 내년 1월 4일까지 최종 회원 투표를 진행한다.

이 투표 결과를 토대로 수상자를 발표하는 제65회 '그래미 어워즈'는 내년 2월 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크립토닷컴 아레나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