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이태원 참사의 근본 원인으로 서울시와 정부, 경찰 등 관계 당국의 '예측 실패'를 거듭 지목했다.
오 시장은 16일 서울시의회 본회의 시정질문에서 이태원 참사의 원인을 묻는 더불어민주당 박유진 시의원 질의에 "사고의 원인을 따져보자면 핼러윈 때 이태원, 홍대에 이렇게 많은 인파가 몰릴 것을 예측하지 못한 데 있다"며 "서울시, 행정안전부, 경찰, 소방이 반성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시와 경찰 간 협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더불어민주당 임규호 시의원의 지적에는 "저희(서울시)도 예측에 실패했지만, 경찰이나 소방 쪽도 예측에 실패한 건 마찬가지"라며 "그래서 처음에 (대응하는데) 상당히 시간이 지체됐고 여러 혼선이 빚어진 걸로 짐작한다"고 답했다.
오 시장은 또 사고 이후에야 자치경찰위원회에 용산경찰서가 작성한 핼러윈 관련 문건이 와 있는 걸 확인했다고 밝혔다.
자치경찰은 지역 특성에 맞는 치안 활동을 펼친다는 명분으로 지난해 1월 개정 경찰법 시행과 함께 도입됐다. 자치경찰의 총책임자는 해당 지역의 광역지방자치단체장이지만, 자치경찰을 일선 경찰관이 겸하기 때문에 사실상 국가경찰의 지휘·통제를 받는 구조다.
오 시장은 "자치경찰위가 파출소나 지구대를 관할하고 지휘·통솔할 권한이라도 있었다면 사전에 계획을 세우고 예방 조치를 하는 데 실효성이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이태원 참사와 같은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대형사고나 재난을 예측할 수 있도록 관련 시스템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도 내보였다.
오 시장은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112와 119 신고를 어떻게 통합해서 관리할지에 대한 논의에 들어갔다"며 "인공지능(AI)이나 지능형 폐쇄회로(CC)TV를 도입해 보완하는 것을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시청사 지하 3층에 재난안전상황실을 두고 24시간 상시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태원 참사 당일 112 신고 상황은 재난안전상황실에서 파악할 수 없었다. 시에서는 그날 오후 10시 15분 119 신고가 처음 들어온 지 13분 뒤인 오후 10시 28분 서울종합방재센터를 통해 사고를 인지했다.
재난안전상황실에는 시내 CCTV 약 2만9천 대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 있지만, 용산구 내 CCTV는 해당 시스템에 연결돼 있지 않았다.
오 시장은 "마포구 상암동에 스마트서울CCTV안전센터를 새롭게 만들었고 재작년, 작년, 올해 예산을 투입해 자치구에서 보는 골목길 CCTV를 위기 시 공유하는 시스템을 구축해나가던 와중에 있었다"며 "만시지탄(晩時之歎·때 늦은 한탄)이지만 지금이라도 시스템을 고치겠다"고 약속했다.
사고 당일 이태원역 무정차 통과가 이뤄지지 않은 배경을 두고 서울교통공사와 경찰이 벌인 진실 공방에는 말을 아꼈다.
오 시장은 관련 질문에 "경찰과 교통공사 간 무정차 통과를 두고 '요청했다', '시간이 언제다'라며 의견이 엇갈리는 걸로 보도됐다"며 "(나도) 확인해보려고 노력했지만, 서울교통공사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어서 수사해 결론을 내야 할 사안으로 본다"고 답했다.
다만 "공사에서 자체적으로 준비는 하고 있었다고 들었다"며 "공사는 서울시에서 제일 규모가 큰 투자출연기관인 만큼 최종 책임은 시에 있다"고 인정했다.
오 시장은 서울시와 소방재난본부의 관계에 대한 질문에는 "시장의 지휘·통제하에 있다"면서 "소방재난본부장은 시장의 지휘·통솔을 받고 사고가 발생하면 시장에게 보고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선조치 후보고' 원칙에 따라 구호·구급 활동을 먼저 하고 현장 상황을 전파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소방재난본부는 서울시 조직이지만 소방청의 지휘를 받고 본부장 인사 권한도 소방청에 있다. 자치경찰과 마찬가지로 '이중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본부와 서울시 간 신속한 보고와 소통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오 시장은 이날 시정질문에 답변하면서 "무한한 책임을 느낀다", "뭐든 책임지겠다", "최종 책임은 서울시에 있다"며 반복해서 책임을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