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온라인에서 대출 갈아타기가 가능한 플랫폼 만들기에 은행들이 합류를 결정했지만 '울며 겨자 먹기'식 결정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금리 장사만 하려 한다는 눈총과 소비자 편의를 위한다는 명분에 동참하긴 했지만, 핀테크에 종속될까, 수익성이 떨어질까 걱정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박승완 기자입니다.
<기자>
금융위원회는 내년 5월을 목표로 '대환대출 플랫폼'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이미 대출을 받은 차주가 더 좋은 조건의 대출로 옮기고 싶은 경우 기존에는 대면으로만 가능했지만 온라인으로 길을 터주는 겁니다.
기대되는 효과로 우선 방문이나 통화 없이 플랫폼에서 대출을 옮길 수 있어 소비자와 금융회사는 물론 금융회사끼리도 시간과 비용을 아끼게 됩니다.
여러 회사의 상품을 단번에 비교할 수 있고, 가입자 몰이를 위한 경쟁 분위기가 마련돼 전반적인 대출 금리 하락도 노립니다.
이에 은행권은 당장 플랫폼 금융에 특화된 핀테크들의 입김이 세질까 걱정입니다.
자신들이 핀테크에 금융 상품을 공급하는 '납품 업체'로 내몰린다는 건데, 금융위는 은행들에게도 자체 플랫폼 운영을 허용하기로 했습니다.
다만 핀테크에 비해 은행들의 산업 기반이나 인력, 시스템 자체에서의 한계가 있는 만큼 경쟁력 갖추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핀테크가 가져가는 중개수수료도 문제인데, 이는 은행의 수익성을 깎아내려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돌아간다는 지적입니다.
이에 당국은 협의체를 꾸려 플랫폼 수수료의 합리적인 산정방안을 정할 계획입니다.
이러한 부담에도 은행들이 시스템 구축에 함께하는 이유는 소비자 후생이란 명분이 분명한데다, 온라인으로 진화하는 금융산업의 대세를 거스를 수 없었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은행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이자외 수익원을 찾아야 한다는 조언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한동안 금리 인상 기조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이자이익에만 의존하다간 실적 둔화에 내몰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4대 금융의 3분기 비이자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최고 30%(KB금융, -29.5%)가까이 쪼그라든 것으로 파악됐는데, 감소 폭이 작은 신한금융(-12.9%)과 우리금융(-16.2%)의 당기순이익 성장세가 두드러진 것으로 확인됩니다.(신한 21.2%, 우리 21.1% 증가)
전문가들은 은행들이 코로나 기간 오프라인 점포를 거둬들이며 소비자 접점이 줄어든 만큼 플랫폼 강화를 늦출 이유가 없다고 분석합니다.
[서지용 /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 핀테크나 빅테크에 비해서 플랫폼 고도화가 취약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번 사업을 통해서 플랫폼 경쟁력을 갖추려고 노력할 겁니다.]
장기 먹거리를 찾기 위해 수익구조 다변화에 힘을 싣는 은행들이 핀테크와의 플랫폼 경쟁이라는 피할 수 없는 숙제까지 받아 쥔 모습입니다.
한국경제TV 박승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