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암 발생 사례의 3분의 1 이상은 '음주'와 직접 관련이 있으며, 마시는 술의 양이 많을 수록 발병 위험도 커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유정은 교수,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신동욱 교수, 숭실대 통계학과 한경도 교수 공동 연구팀은 2009년과 2011년 두 차례에 걸쳐 국가건강검진에 참여한 40세 이상 성인 451만3천746명을 추적 관찰한 결과 음주와 암 발생 사이에 이런 연관성이 관찰됐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연구에서는 평균 6.4년의 관찰 기간에 21만5천676명(4.8%)이 암 진단을 받았다. 연구팀은 이 가운데 37.2%가 음주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음주는 하루 섭취량에 따라 암 발생에 차이를 보였다.
연구팀은 하루 음주량을 기준으로 비음주군, 저위험음주군(15g 미만), 중위험음주군(15~30g), 고위험음주군(30g 이상)으로 나눠 음주량의 변화가 암 발생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살폈다. 알코올 15g은 대략 맥주 375mL 1캔 또는 소주 1잔 반에 해당하는 양이다. 그 결과 평소 술을 마시지 않던 사람이 술을 마시기 시작하면 알코올 관련 암 발병 위험이 덩달아 커졌다.
알코올 관련 암은 구강암을 비롯해 식도암, 인후두암, 간암, 직장암, 유방암 등 알코올과 암 사이 인과관계가 밝혀진 암들을 말한다.
연구팀은 비음주자가 다음 검사에서 음주자가 됐을 때의 암 발병 위험이 각각 저위험 음주자 3%, 중위험 음주자 10%, 고위험 음주자 34%로 추산했다.
이는 평소 술을 마시던 사람이 음주량을 늘리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암 발병 위험은 저위험 음주에서 중위험 음주자가 되면 10%, 고위험 음주자가 되면 17% 높아졌다. 중위험 음주자 또한 고위험 음주로 변하면 위험도가 4% 올랐다.
분석 대상을 모든 암종으로 넓혀도 비음주자였던 사람이 고위험 음주자가 되면 전체 암 발병 위험이 12% 높아졌다. 저위험 음주자였던 사람과 중위험 음주자였던 사람도 고위험 음주자가 되면 암 발병 위험이 각각 9%, 1% 증가했다.
다만 술을 끊거나 줄이면 암을 예방하는 효과가 분명했다. 이 중에서도 고위험 음주자가 중위험 음주자로 술을 줄이면 알코올 관련 암 발병 위험이 9%, 전체 암 발병 위험은 4% 감소했다. 저위험 음주 정도로 술을 더 줄이면 그 위험도는 각각 8% 낮아지는 효과가 나타났다.
신동욱·유정은 교수는 "음주량 변화에 따라 암 발병 위험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대규모 코호트 연구로 확인한 데 의미가 있다"면서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갑자기 음주량이 늘기 쉽지만, 최소한 이전 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주의해야 암을 예방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 의사협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JAMA Network) 최근호에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