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한국의 긴축 공포가 커지면서 최근 주요 시중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금융소비자 가운데 70% 이상이 변동금리가 아닌 고정금리를 선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의 지난달 신규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약 90%가 고정금리를 조건으로 이뤄졌다. 신한은행은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9월 67%에 이르렀고, 지난달에는 70%를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고정금리 인기가 높아진 데는 금융소비자들의 변동금리와의 격차 축소도 큰 영향을 미쳤다.
11일 현재 KB·신한·하나·우리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코픽스 기준)는 연 5.180∼7.711%, 고정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5.300∼7.273% 수준이다.
하단의 차이가 0.12%포인트에 불과하고, 상단은 오히려 변동금리가 0.438%포인트나 높다.
다만 내부 금리 정책 등에 따라 고정금리가 아직 0.2∼0.3%포인트 정도 더 높은 일부 은행에서는 아직 변동금리 비중이 더 큰 상황이다.
우리은행은 고정금리 대출로 인정받는 5년 주기 변동금리에 지난 5월부터 특별 우대금리 연 0.6%포인트를 적용하고 있다. 하나은행도 고정금리 대출을 유도하기 위해 고정금리를 추가 우대금리만큼 깎아주고, 신한은행은 이례적으로 고정금리 조건부(금융채 2년물 지표금리) 전세대출 상품까지 내놓고 지난 9월 일괄적으로 고정금리를 0.3%포인트씩 낮췄다.
최근 금리상한형 주택담보대출 신청이 늘어나는 것도 그만큼 향후 추가 금리 인상과 통화 긴축의 위험을 절감하는 금융소비자가 많아졌다는 뜻이다. 이 특약 대출 상품은 간단히 말해 은행이 평소 약간의 이자를 더 받고(가산금리), 일정 수준 이상으로는 금리가 높아지지 않도록 '상한'을 적용해주는 구조다.
5대 시중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지난달 모두 259건, 570억원어치의 금리상한형 주택담보대출을 판매했다. 이달 들어 11월까지도 이미 357억원(167건)어치가 팔려 월 판매 규모가 5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아직 기존 대출을 포함한 전체 가계대출 기준으로는 여전히 변동금리 조건 대출이 많은 상태다.
한은 통계에 따르면 지난 9월 현재 예금은행 가계대출 잔액 가운데 21.5%만 고정금리를 따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고정금리 비중이 2014년 4월(23.8%) 이후 8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