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KT 이사회가 구현모 KT 대표이사의 연임이 적절한지 우선심사 절차에 들어갔습니다. 구 대표는 탈통신과 디지털 전환 경영 성과를 근거로 대표이사직을 계속 수행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대표이사후보 적합 여부는 이르면 다음달 초 발표될 예정인데요. 이사회에서 단독 후보로 추대되더라도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의 반대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자세한 이야기 산업부 정재홍 기자와 나눠보겠습니다.
정 기자. 구 대표 본인의 대표이사 연임 의지가 강하다고 봐야겠죠.
<기자> 맞습니다. 경영자로서 최우선 평가지표는 기업의 실적 아니겠습니까.
황창규 회장에 이어 지난 2020년 선임된 이후의 경영 평가는 긍정적입니다.
지난 3년 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상승세를 기록했고요.
무엇보다 통신사업에서 벗어난 탈통신사업, 그러니까 인공지능(AI), 미디어·콘텐츠,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등의 영역에서 성과를 냈습니다.
그 결과, 내수 기반으로 안정적으로 현금 수익만 낸다고 비판 받던 국내 이통사에 디지털전환 트렌드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외면받았던 주가도 관리해서요. 따로 팀을 둘 정도로 주가 부양 의지가 강했습니다. 구 대표 재임 초 7조 원대였던 KT 시가총액이 45% 성장해서 지난 8월 10조 원을 돌파하기도 했습니다.
경영 실적이 좋으니 시장에선 구 대표 연임 여부에 따라 KT 주가 향방도 결정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앵커> 경영성과로는 합격점이라는 건데, 불안요소도 있다고요.
<기자> 네. 그간 전임 CEO들의 사례를 보면 경영성과가 좋냐 나쁘냐도 중요하지만 사법리스크, 불법 정치자금 후원 의혹 이런 외풍들에 흔들리는 모습이었습니다.
민영화가 된지 20년이 넘었는데 연임에 성공해서 임기를 완주한 CEO는 황창규 전 회장 한 명밖에 없습니다.
구 대표도 황 회장 재임시절 이른바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에 명의를 빌려준 것에 대해 법원으로부터 벌금 총 1,5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은 바 있습니다. 이에 불복해 올해 초 정식 재판을 신청하면서 현재 1심이 진행되고 있고요. 9월에는 법원에 위헌법률심판제청도 신청해둔 상태입니다.
주주총회에서 승인된 구 대표 경영계약서에 따르면 임기 중 1심에서 금고이상의 형이 선고되는 경우, 이사회가 대표이사에게 사임을 권고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 문구가 공개됐을 때 '임기 중'이라는 표현에 대한 해석으로 여러가지 말들이 많았습니다.
연임을 지지하는 쪽은 '쪼개기 후원'에 따른 정치자금법 위반은 2016년도에 이뤄진 것으로 대표이사 취임 전에 이뤄진 일이고, 벌금형이 처해져도 금고 이상의 형이 아니기 때문에 사임 사유가 아니라는 의견입니다.
KT 새노조 등 구 대표 연임을 반대하는 입장에선 CEO 임기 중 유죄판결 가능성이 존재하는 만큼 기업지배구조 위험 관리를 위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특히 KT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의 판단이 중요한데요. 이 사법리스크를 근거로 내년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 연임 반대표를 행사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앵커> 올해 초에 국민연금이 비슷한 이유로 박종욱 사내이사 재선임안을 반대하기도 했잖아요.
<기자> 맞습니다. 현재 국민연금은 KT 지분 11.23%를 가지고 있는 최대주주입니다.
다음으로 NTT 도코모 지분을 인수한 신한은행(5.58%), 영국계 투자회사 실체스터(5.20%), 현대차(4.70%), 현대모비스(3.10%)순 입니다.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 결과에 따라 구현모 대표가 단독 후보로 선정되면 내년 주주총회 안건으로 오르게 되는데요.
공교롭게도 박종욱 전 대표가 구 대표와 같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법원으로부터 500만 원의 약식명령 벌금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국민연금은 "기업 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익 침해 이력 있는자"라며 반대하겠다고 밝혀서요. 박 대표는 주주총회 직전 자진 사퇴했습니다.
같은 이유로 박 대표에 반대했기 때문에 국민연금이 이번에 구 대표에게 다른 잣대를 적용할 명분이 없습니다.
국민연금으로선 구 대표 연임에 반대해야 지난번 박 대표에 대한 반대에 정당성이 부여되는 것입니다.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구 대표가 연임 의지를 이어간다면 우호지분으로 평가받는 2대주주 신한은행과 현대자동차그룹의 표결 방향이 관건입니다.
KT와 신한은행, KT와 현대차그룹은 최근들어 지분 교환과 사업교류를 많이 해온 상태입니다. 연임을 노리는 구 대표 입장에선 최악의 경우, 국민연금과 우호지분간 표대결이 펼쳐질 수 있는 겁니다.
<앵커> 네.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