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평양에서 가장 부유한 동네는 모란봉구역과 평천구역, 중구역 등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시효 숭실평화통일연구원 전임연구원과 김성배 숭실대 명예교수, 기정훈 명지대 교수는 9일 숭실대 숭실평화통일연구원 북한도시연구단과 서울시립대 서울학연구소 평양학연구센터가 공동주관한 학술대회 '페이퍼 맵과 디지털 맵을 통해 본 평양의 변화'에서 이같이 발표했다.
이들은 국토지리정보원 지리정보시스템(GIS)에 수집된 2015년 12월 기준 자료와 위성사진을 토대로 평양의 구역별, 동별 빈부격차를 분석했다.
평양의 행정구역은 19개 구역, 2개 군, 1개 동으로 구성되지만 GIS로 세부 자료가 확보되는 15개 도심 구역만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분석 결과 건물이 얼마나 빽빽하게 들어섰는지 나타내는 '건물 밀도'(건물 면적×층수÷구역별 적용 면적)는 모란봉 구역이 1.059로 가장 높았으며 평천구역(0.904), 중구역(0.709), 동대원구역(0.674)이 뒤를 이었다.
이와 달리 도심 외곽의 형제산구역(0.111), 역포구역(0.11305), 대성구역(0.11530), 사동구역(0.13257)은 건물 밀도가 낮았다.
이 전임연구원 등은 "과거 탈북민 심층 인터뷰에서 평양의 잘사는 지역이 '중구역-보통강구역-평촌구역-모란봉구역'이라고 밝혔던 것과 유사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건물 층수를 기준으로 봐도 비슷한 패턴이 관찰됐다. 개발도상국에서 통상 층수가 낮은 건물이 많은 지역은 빈곤하며 상대적으로 높은 건물이 많은 지역은 부유한 곳으로 평가된다.
평양에서 10층 이상 건물 수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중구역이었으며 평천구역, 모란봉구역, 보통강구역이 뒤따랐다.
반면 인구 대비 '땅집'(슬레이트 지붕을 가진 단층집 중 거주 가능한 면적인 10.2∼477㎡) 밀도가 높은 지역은 사동구역, 대성구역, 선교구역, 형제산구역 등이었다. 땅집은 대체로 도시 외곽과 공장 지대가 있는 대동강 남쪽에 집중돼 있었다.
야간 조도(照度·단위 면적당 주어지는 빛의 양·nanoWatts/㎠/sr)를 보면 중구역(97.94)이 평균 대비 3.8배로 월등히 높았다.
개선문과 청년놀이공원, 야시장, 여명거리가 있는 모란봉구역(60.86), 주체사상탑이 있는 동대원구역(46.55), 부유층이 사는 평천구역(25.15)과 보통강구역(25.14)도 야간 불빛이 강한 지역이었다.
발표자들은 "김정은 정권은 수령 중심의 정치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점진적 개혁을 통해 중국식 개혁 개방의 초기 양상을 보여준다"며 "시장의 작동은 절대적 빈곤을 완화하는 기능이 있지만 동시에 북한에서 농촌과 도시 간, 도시 내 중심구역과 주변 간 빈부격차를 강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기정훈 교수는 평양의 정치적 중심지를 중앙으로 1㎞ 단위의 동심원을 그려 동심원 내 건물 평균 밀도를 분석한 결과, 도심의 건물 밀도가 가장 높았다고 설명했다. 건물 밀도는 동심원 4∼5㎞까지는 급한 경사도를 나타내며 감소하다 4∼5㎞ 이후로는 경사도가 완만해졌다.
기 교수는 "이러한 양상은 사회주의 도시의 공간구조라기보다는 오히려 시장경제 체제와 유사한 형태"라고 평가했다.
이어 "최근 북한에서 국가, 공공기관, 기업소, 개인(돈주), 중국인까지 주택 건설의 참여자가 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도시의 공간구조는 더욱 시장경제체제와 유사성이 높아질 것이며 젠트리피케이션과 유사한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