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채권시장 경색으로 보험사들이 신종자본증권 조기상환을 하지 못 하는 사태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시장상황이 더 악화되자 일부 보험사가 조기상환을 하기로 입장을 번복하기도 했는데, 여전히 자금조달 악재는 남아있습니다.
장슬기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흥국생명이 5억 달러 규모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조기상환, 즉 콜옵션을 다시 이행하기로 했습니다.
앞서 흥국생명은 가파른 금리 인상과 시장 경색 등으로 콜옵션을 이행하지 않기로 발표한 바 있는데, 시장 혼란이 커지자 결정을 뒤바꾼 겁니다.
흥국생명에 이어 콜옵션 행사를 연기했던 DB생명도 투자심리를 위축시킨다는 지적에 예정대로 조기상환을 하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신종자본증권은 금융사들이 자본규제를 맞추기 위해 발행하는 영구채로, 보통 5년 후에 발행사가 이 채권을 되사주기로 하는 콜옵션 조건이 붙는 게 관례입니다.
이를 차환하기 위해 보험사들은 또 다른 채권을 발행해야 하는데, 채권시장 경색으로 발행조차 힘들어진데다 금리 역시 뛰면서 보험사들의 부담이 커진겁니다.
올 8월 기준 국내 생명보험사들이 보유한 신종자본증권 규모는 4조4,000억 원 수준.
특히 대형사인 한화생명은 내년 4월에, KDB생명은 내년 5월에 콜옵션 행사가 각각 예정돼 있습니다.
채권 발행으로 차환이 어려울 경우 보유한 돈으로 콜옵션을 이행할 수는 있지만, 내년부터 시행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따라 자본규제가 강화되는 만큼 이마저도 부담인 상황입니다.
이에 한화생명은 최근 자금조달을 위해 저축성보험 금리를 업계 최고 수준인 5.7%까지 끌어올리는 초강수를 두기도 했습니다.
[노건엽 보험연구원 연구위원 : 보험사 자체가 문제가 있다기 보다는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서…당분간은 금리 상승 추세가 조금 진정이 돼야, 그리고 채권시장 발행이 가능해져야 안정을 찾지 않을까…]
하지만 추가 금리인상과 더불어 자금조달 여건 역시 지속 악화되고 있어, 콜옵션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 하는 보험사 역시 추가로 발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이 당장 부실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시장에선 보험사 건전성에 대한 의심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시장 불안은 더 확산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한국경제TV 장슬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