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트위터 인수, 고담시 펭귄맨이 시장 된 꼴"

입력 2022-11-07 17:49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의 트위터 인수가 회사 자체를 넘어 지구촌에 악영향을 미칠 정도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미국 정치외교 잡지 디애틀랜틱은 7일 논평에서 머스크의 개인 성향이 전 세계인의 정보공유와 여론형성 등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디애틀랜틱은 우선 트위터를 지식과 문화가 넘치고 매력적인 인물이 가득한 국제적 대도시에 비유했다.

그러면서 이 도시에는 실제로 있는 거대한 인간집단과 마찬가지로 이익, 권력, 변태적 흥미를 위해 사람들을 속이고 학대하는 약탈자, 사기꾼, 광신도, 폭력배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디애틀랜틱은 트위터가 이미 많은 문제를 안은 상황에서 머스크가 사령탑에 앉게 된 것을 중대 문제로 지적했다.

이 잡지는 "이 도시(트위터)는 치안이 좋은 적이 없었고 효과적 치안이 아예 불가능할지도 모른다"며 "이번 사안(머스크의 트위터 인수)은 오즈월드 코블팟(펭귄맨)이 고담시티의 시장이 된 것과 같다"고 말했다.

고담시티는 영화 배트맨에 나오는 가상도시로 치안 부실 속에 온갖 흉악범죄가 난무하는 도시다. 코블팟은 배트맨에 나오는 캐릭터로 범죄조직과 연계돼 부도덕한 행위를 일삼는 부자 악당이다.

디애틀랜틱은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 뒤에 보인 태도를 들어 트위터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드러냈다.

머스크는 지난달 28일 발생한 낸시 펠로시 미국 연방 하원의원 자택 침입사건과 관련해 '샌타모니카 업저버'라는 매체가 제기한 음모론을 같은달 30일 트윗으로 링크했다가 논란이 일자 삭제했다.

샌타모니카 업저버는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숨졌는데, 민주당이 이를 숨기기 위해 대역을 내세웠다는 등의 허황된 주장을 일삼는 매체다.

디애틀랜틱은 머스크의 트위터 팔로워가 1억명을 넘는다는 점을 들어 머스크의 무책임성을 강조했다.

머스크는 표현의 자유를 제한 없이 보장해야 한다는 자신의 신념을 강조해 왔다.

그 때문에 머스크가 경영권을 가지면 트위터가 혐오발언, 허위정보의 온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일찌감치 쏟아진 바 있다.

특히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위터에 정치나 선거제도와 관련된 허위 정보가 넘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디애틀랜틱은 트위터가 정보의 매개체로서 지구촌에 갖는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매체는 "트위터는 최신 정보나 긴급한 소식의 핵심 전달자이고 보이지 않는 먼 곳의 소식을 계속 전해주는 소통로"라며 "이란 시위,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의 경기둔화, 아프리카 식량난을 살펴보는 길"이라고 예시했다.

그러면서 트위터가 악용되면 우민정치나 허위정보 확산 등 트위터의 위험한 면이 부각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유엔도 이례적으로 공개 서한을 통해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에 우려를 표시하며 인권 중심 경영을 촉구한 바 있다.

폴커 튀르크 유엔인권최고대표는 서한에서 혐오 콘텐츠 차단, 표현의 자유에 대한 균형 있는 규제, 투명성 확보 등을 요구했다.

트위터는 지난달 28일 머스크에 인수된 뒤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일단 감원 50% 방침에 따라 임직원 7천500명 중 인권, 인공지능 윤리 인력을 비롯해 3천700명 정도가 해고 통보를 받았다.

머스크가 직원들과 소통을 거의 하지 않아 내부인들조차 기업정책 방향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머스크는 계정주가 실제 본인임을 인증하는 월 7.99달러짜리 유료상품의 출시를 지난 5일 공지했으나 이 또한 진통이 뒤따르고 있다.

이에 더해 그는 지난 6일에는 트위터를 통해 풍자라는 점을 명시하지 않고 유명인사를 흉내 내는 사용자의 계정을 영구적으로 정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가디언은 머스크의 이 같은 발언 뒤 머스크를 풍자하려고 이름을 머스크로 바꾼 코미디언 등의 계정이 다수 정지됐다고 보도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트위터가 유료상품 도입에 따른 인증표식 부여를 오는 8일 미국 중간선거 뒤로 미뤘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현재로선 트위터 본인 인증이 너무 간략해 오히려 가짜가 진짜 인증을 받을 수 있어 선거를 앞두고 유력 정치인 등의 행세를 하며 허위정보를 퍼뜨리는 사례가 더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이같은 결정이 내려진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