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인천국제공항공사(공항공사)의 면세점 입찰 공고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습니다.
공항공사와 관세청의 힘겨루기 때문인데, 면세점 입찰 진행이 안갯속에 빠졌습니다.
어찌된 일인지 유통산업부 신선미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신 기자,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 공고가 이미 수개월째 지연되고 있다고요?
<기자>
네, 이 때문에 면세점 업계가 속앓이를 하고 있는데요.
특히 연말, 모든 산업계가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에 매진하고 있는 상황인데,
면세업계는 아무 준비도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매출 규모가 가장 큰 인천공항 면세점에 어느 규모로, 어떤 수수료율로 입점할 지 정하지 못하면서 답답하다는 입장이죠.
특히 이번 입찰로 10년 간의 인천공항 면세점 운영 사업권을 갖게 된단 점에서도 굉장히 중요한데요.
이렇다 할 선정 기준도 공개되지 않고 있습니다.
<앵커>
입찰 공고가 늦어지면서 사업 계획을 세우기는 커녕 손을 놓고 있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군요.
신규 입찰을 해야하는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권은 몇 곳이나 되나요?
<기자>
현재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권은 총 21개인데요.
이 가운데 15개 사업권이 신규 입찰 대상입니다.
제1여객터미널(T1) 매장 9개와 제2여객터미널(T2) 매장 6개인데요.
1터미널은 2020년 세 번의 유찰로 공실 상태고, 2터미널은 내년 1월 중순 만료입니다.
공항 면세점 입찰이 특허 발부일로부터 보통 6개월 전 이뤄진다는 점을 볼 때 이미 한참 늦은 셈인데요.
사업자에 선정된다고 하더라도 준비 기간이 최소 4개월 가량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 입찰은 T1, T2 사업권이 한 번에 나온다는 것만 정해진 상태입니다.
<앵커>
입찰공고가 늦어진 이유가 인천공항공사와 관세청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라고 하던데,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에서 갈등이 있는건가요?
<기자>
인천공항공사와 관세청은 신규 사업자 선정 방식을 두고 지난 3월부터 신경전을 벌여 왔습니다.
관세청이 공항공사에 기존 '공사의 단수 추천'에서 '복수 추천'으로 바꿀 것을 요구했기 때문인데요
양측은 갈등을 이어오다 지난 8월 사업자 '복수 추천' 방식으로 합의했습니다.
다만, 점수 비율을 조정했는데요.
기존에는 관세청과 공사가 각각 75점, 25점의 3대1 비율로 심사해 최종 1개사를 선정했습니다.
이제는 1대 1의 비율, 즉 공사의 반영비율을 높여 최종 사업자를 선정키로 한 겁니다.
<앵커>
과거의 경우라면 단독 추천, 즉 1개 사업자만 추천하기 때문에 사실상 공항공사가 사업자 선정권을 가진 셈이었네요.
관세청의 요구로 변화가 생긴건데, 이전과 달리 인천공항 면세점 선정에 관세청이 개입하게 된 이유가 있는 건가요?
<기자>
공항공사의 단독 선정이 불합리하다는 건데요.
관세법 176조를 근거로 선정 방식 변경을 요구한 겁니다.
이 법은 관세청 보세판매장 특허심사위원회가 특허 신청자를 평가 및 ‘선정’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다만, 관세청은 관세법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은 인천공항 면세점 선정에 크게 관여하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면세업이 코로나 19로 직격탄을 맞았고 이에 잇단 지원책을 내놓기도 했던 만큼, 이제는 일정 부분 관여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됩니다.
<앵커>
하지만 양측의 갈등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죠?
<기자>
'사업군 구획 조정'도 쉽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공항 면세점을 보면, 패션사업군 화장품 등 뷰티 사업군, 주류와 담배 사업군 등이 있는데요.
공항공사는 사업구역 분할 최소화를 원했습니다.
하지만 관세청은 입찰 경쟁 과열 방지를 위해 여러 구역으로 나누자고 주장한 건데요.
면세점업계도 분할이 최소화되면 경쟁이 과열되면서 오버 베팅될 것을 우려했습니다.
사업군 구획 조정에서도 양 측은 합의하에 기존보다 넓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스마트 면세점을 두고도 신경전이 이어졌다던데,
스마트 면세점이 어떤 겁니까?
<기자>
공항 면세점들을 한 곳으로 모은 일종의 통합 애플리케이션(앱)인데요.
공항에서 출국 30분 전까지 면세품을 구매하고 매장에서 찾는 서비스입니다.
갈등을 빚은 건 스마트면세점 수수료율인데요.
관세청은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셈이니, 인천공항에 입점된 오프라인 면세점의 수수료율과 다르게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기존 매장처럼 매출의 40~50%를 수수료율로 매기는 건 과도하단 설명이죠.
반면, 공항공사는 판매 요율을 동등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갈등을 빚었습니다.
결국, 수수료율을 확 낮추는 것으로 양측이 합의를 본 것으로 전해집니다.
<앵커>
양측의 힘겨루기에 입찰공고가 많이 늦어졌습니다.
이제 협의는 거의 완료됐다는 이야기도 들리던데, 입찰이 곧 진행되는 겁니까?
<기자>
네, 관세청 측은 협의를 완료한 상태라고 전했는데요.
하지만 입찰공고는 빨라야 내년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협의가 됐는데, 왜 늦어지는 겁니까?
<기자>
가장 중요한 임대료 선정 방식을 두고 인천공항공사가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찰되지 않으면서도 수익을 낼 수 있는 묘수를 찾아내야 하기 때문인데요.
지금처럼 인천공항에 이용객수가 올라오지 않는 상황에서는 임대료 베팅을 크게 할 수 없죠.
특히 국내 면세업계의 중요 국가인 중국이 여전히 코로나19 봉쇄 정책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일본 등 아시아 국가가 관광 규제를 완화하고 있는 만큼, 중국도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호재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면세점 정상화 기대감이 올라올 때쯤 입찰 공고를 내야 임대료도 유리하게 가져가고, 입찰도 흥행시킬 수 있단 생각에섭니다.
<앵커>
인천공항 입장에선 공항 면세점의 장기 공실이 부담이긴 하지만,
임대료 방식을 불리하게 가져가느니 입찰공고를 늦게 내는 게 낫다는 판단이군요.
언급되는 내용은 어떤 것들입니까?
<기자>
수익을 일정 부분 보장해 줄 고정임대료 방식에 매출 연동 방식을 섞지 않겠냐는 얘기가 나옵니다.
사실 인천공항은 코로나19 이전에는 실적과 관계없이 정해진 임대료를 내야 하는 '고정임대료' 방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이 방식이라면 면세점업계도 입찰에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거든요.
때문에 고정임대료 방식만을 고수하진 못할 겁니다.
실제로 인천공항공사는 앞서 세 차례의 유찰을 경험했습니다.
<앵커>
면세점 업계는 매출 연동제 도입을 요구하고 있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세계적으로도 공항이 고정 임대료를 면세점에 요구하는 경우는 드문데요.
실제로 홍콩 첵랍콕공항, 싱가포르 창이공항은 등은 코로나19 이전부터 매출 연동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여기에 국내 면세점업계의 실적도 몇년째 좋지 못한데요.
업계에서 가장 앞서 3분기 실적을 발표한 신라면세점은 매출이 1조원을 넘기며 올해 들어 월간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만,
영업이익은 단 6억원에 불과했습니다.
수익성 위주의 내실 다지기에 주력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요.
과거처럼 불리한 조건을 감내하며 사업을 확장하진 않는다는 게 업계의 분위기입니다.
<앵커>
유통산업부 신선미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