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허세 덕에 큰돈 번 기업사냥꾼...이번엔 어디에 베팅?

입력 2022-11-04 11:29
수정 2022-11-04 13:55


월가에서 '기업 사냥꾼'으로 알려진 억만장자 행동주의 투자자 칼 아이칸(Carl Icahn) 아이칸 엔터프라이즈 회장이 새로운 기업에 베팅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다.

3일(현지시간) CNBC는 "칼 아이칸이 크라운 홀딩스(Crown Holdings)의 지분 약 8%를 인수하며 두 번째로 큰 주주가 됐다"면서 "글로벌 IB(투자은행)들도 크라운 홀딩스의 목표가를 상향 조정하며 회사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크라운 홀딩스는 시총 약 80억 달러에 달하는 음료 캔 제조업체다. 재작년 코로나 사태 이후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으며 올해 초만 해도 주가가 130달러를 돌파하며 52주 신고가를 기록했지만, 이후 경영난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현재는 연초 대비 약 30% 이상 급락한 7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었다.

칼 아이칸은 이번 지분 인수를 통해 앞으로 크라운 홀딩스가 음료 캔 사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비핵심 자산을 매각하거나 분사하도록 압력을 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크라운 홀딩스의 핵심 사업에만 집중하는 과정에서 회사의 가치와 주가가 더 오를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칼 아이칸이 인수한 크라운 홀딩스 지분은 약 7억 달러에 달한다.

한편 CNBC는 아이칸의 지분 인수 이후 크라운 홀딩스에 대한 글로벌 IB들의 평가도 상향 조정됐다고 전했다.

이날 도이치방크는 크라운 홀딩스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Buy)'로 제시하며 12개월 목표가를 90달러로 설정했다. 크라운 홀딩스의 전일 종가 기준으로 약 45%의 추가 상승 여력을 제시한 것이다.

이를 두고 카일 화이트(Kyle White) 도이치방크 애널리스트는 "크라운 홀딩스가 큰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아이칸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면서 "아이칸의 개입으로 앞으로 크라운 홀딩스의 비즈니스 구조가 개선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또한 "음료 캔 비즈니스 이외의 불필요한 사업을 모두 정리하면서 수익 모델도 나아질 것"이라며 "포트폴리오가 단순화되고 주주 가치를 더 잘 실현할 수 있는 기업으로 바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날 크라운 홀딩스의 주가는 칼 아이칸 회장의 지분 인수 소식이 전해지며 전일 대비 10% 급등한 73.6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기업 사냥꾼'으로 유명한 칼 아이칸은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지난 2005년 9월부터 2006년 초까지 KT&G 지분을 인수해 2대 주주에 오른 뒤 배당확대, 부동산 매각, 한국인삼공사 상장, 자사주 매각 등을 요구한 바 있다. 아이칸의 개입 이후 당시 4만 원 초반이었던 KT&G 주가는 1년 사이 6만 원을 넘어서게 되고, 주가가 오르자 아이칸은 KT&G 주식 약 696만 주를 매각해 1,500억 원에 달하는 시세차익을 챙긴 바 있다.

최근에는 트위터 투자를 통해 엄청난 수익을 얻어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 4일(현지시간) CNBC는 칼 아이칸 회장이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소송전 패배를 예상하고 지난 몇 개월 동안 트위터 주식 약 5억 달러를 주당 35달러 선에 매입해 총 2억 5,0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고 보도했다.

(사진=CN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