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네 차례 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면서 한국경제에 어두운 전망이 나온다.
미국의 고강도 긴축이 고환율·고물가·고금리·저성장이라는 복합위기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다.
미국 연준은 2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준금리를 종전 3.00∼3.25%에서 3.75∼4.00%로 0.75%포인트 올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긴축은 달러 강세를 부추겨 환율의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9월 말 과거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인 달러당 1,400원까지 오른 뒤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올해 들어 16% 절하(원화가치 하락)됐다. 같은 기간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17% 올랐다.
고환율은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같은 물건을 사더라도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더 많은 원화를 지불해야 한다는 의미다.
지난 9월 수입 물가는 원화 기준으로 전달 대비 3.3% 올랐다. 그러나 수입할 때 계약했던 결제 통화 기준으로 하면 수입 물가는 1.4% 하락했다.
전기·가스 요금 인상 등으로 6개월째 5%를 넘는 고물가가 이어지는 가운데 수입 물가 상승세는 전체 물가가 내려오는 시점을 지연시킬 수 있다.
이는 물가 안정을 최우선으로 삼은 한국은행 입장에서 금리 인상을 이어가야 하는 이유가 된다. 한미 금리 차이가 벌어졌을 때 환율이 위로 향할 수 있다는 점도 금리 인상의 명분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위원들은 지난 10월 '빅 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의 근거로 물가 안정과 외환시장의 쏠림에 대한 대응을 들었다.
미국의 긴축으로부터 비롯된 달러 강세가 고환율, 고물가, 고금리라는 '3고(高)현상'을 심화시켜 한국 경제의 하방 압력을 키울 수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한미 적정 기준금리 추정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서 "국내 가계 금융 불균형이 심화한 상황에서 과도한 기준금리 인상은 가계의 이자 상환 부담을 가중해 경기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에 미국 경기 둔화 압력이 가중된다는 점은 한국 수출에 악재다.
지난달 수출은 1년 전보다 5.7% 감소해 2020년 10월(-3.9%) 이후 2년 만에 줄었다.
수출 증가율이 지난 6월에 한 자릿수로 내려온 데 이어 아예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특히 전 세계 경기 둔화의 영향으로 주력 품목인 반도체 수출이 17.7% 급감하며 수출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런 가운데 미국 장단기 국채 금리 수익률이 역전되고 콘퍼런스보드가 발표한 10월 소비자신뢰지수가 전월보다 하락해 소비 심리 약화를 시사하는 등 곳곳에서 미국 경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최근 두 차례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하는 등 각국이 금리 인상을 가속하는 점도 전 세계 경기 둔화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지난달 세계무역기구(WTO)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심화한 에너지 가격 폭등세와 각국의 금리 인상 등이 상품 교역을 위축시킬 것으로 예상하면서 내년 세계 무역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4%에서 1%로 조정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