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 하강 국면을 맞아 미국 빅테크 기업을 거느린 부자들이 천문학적 규모의 재산 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8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블룸버그 통신의 억만장자 지수에서 지난 27일 기준 마크 저커버그, 일론 머스크, 제프 베이조스, 빌 게이츠 등 빅테크 업계 상위 20명 갑부의 재산이 연초 대비 4천800억 달러(약 684조2천억 원) 이상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에 포함된 기업 가치를 전부 합친 것에 맞먹는 규모라고 WSJ는 지적했다.
이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인 금리인상 여파 속에 '어닝 쇼크'까지 이어지며 이들 주요 IT 기업들의 주식가치가 시장 평균 이상으로 추락한 까닭이다.
메타플랫폼(이하 메타) 최고경영자(CEO)인 저커버그의 보유 재산이 870억 달러(약 124조원) 쪼그라들며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메타 3분기 순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52% 감소했다는 발표와 함께 주가가 24.6% 폭락한 전날 하루에만 저커버그가 보유한 지분 가치가 112억 달러(16조원) 증발한 것이다. 올초 전체 부호 6위에 올랐던 저커버그는 최근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사업에 의문이 커지는 가운데 현재 28위까지 밀렸다.
세계 최고 부자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아마존을 설립한 제프 베이조스 CEO은 각각 580억 달러(82조7천억 원) 정도의 손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구글 모기업인 알파벳을 공동 창업한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도 400억 달러(57조 원)씩 재산이 줄었다. 알리바바의 마윈은 93억 달러(13조3천억 원), 베이조스의 전 부인인 매켄지 스콧은 290억 달러(41조3천억 원)가 줄어들었다.
빅테크 부호 20인 중 올해 들어 재산이 늘어난 이는 짧은 영상플랫폼 틱톡을 만든 바이트댄스의 창업자 장이밍(104억 달러·14조8천억 원), 유비퀴티 CEO인 로버트 페라(13억 달러·1조9천억 원) 등 2명뿐이었다.
WSJ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초기만 해도 억만장자가 30시간에 한 명씩 탄생했다"며 "높은 성장을 구가했던 IT 업계가 이제는 고물가와 금리 상승, 디지털 광고 성장 둔화로 고통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