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독감 확산세가 2009년 대유행을 뛰어넘는 '최악의 상황'으로 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28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올가을 들어 최소 88만명의 독감 환자가 발생했다고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발표했다. 이들 독감 환자 가운데 6천900명은 입원했다. 독감 관련 사망자는 360명으로 집계됐다.
통상 독감 유행은 10월에서 이듬해 5월까지 이어지고 12월∼1월 사이 정점을 찍지만, 올해는 이보다 약 6주 일찍 감염자가 발생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비영리 의료단체인 전국감염병재단(NFID) 소속이자 밴더빌트대 교수인 윌리엄 섀프너는 "데이터가 불길하다"며 "13년만에 최악의 독감 시즌이 시작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 남부와 남동부에서 환자가 많이 나오고 있으며, 대서양 연안을 타고 확산해가는 추세다. 특히 9월 말부터 독감이 퍼지기 시작한 텍사스주의 휴스턴 감리교 병원에서는 지난 20일 확진된 독감 환자가 975명에 달해 1주일 전 561명에서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텍사스를 비롯해 앨라배마, 조지아, 루이지애나, 메릴랜드, 미시시피, 뉴저지, 뉴욕, 노스캐롤라이나, 테네시, 버지니아 등 주에서 독감을 비롯한 호흡기 질환 감염자가 늘어가고 있다.
현재 미국 내에서 독감 유행을 주도하는 우세종인 A형(H3N2) 바이러스는 노인과 기저질환을 가진 이들은 물론 젊은이에게도 상당한 합병증을 가져올 수 있다고 WP는 지적했다.
샤프너 교수는 "독감에서 회복되더라도 바이러스에 의한 염증 반응이 4∼6주 동안 지속될 수 있고, 이는 중년 이상 환자의 심장마비 및 뇌졸중 발병률을 높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의료계에서는 2년여간 지속된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사람들 사이에 거리두기 등 방역 수칙을 무시하고 백신 접종을 꺼리는 분위기가 생겨난 것이 독감 확산세를 가속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CDC 자료를 보면 현재까지 독감 백신이 1억2천800만 회분 접종됐는데 이는 작년 같은 기간 1억3천900만 회분, 재작년 1억5천400만 회분보다 뒤처지는 것이다.
휴스턴 감리교 병원의 감염병 부문 책임자인 세사르 아리아스는 "코로나 백신 접종을 주저하는 분위기가 독감 백신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 "독감 주사를 맞는 것이 꼭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