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 부랴부랴 사태수습…"영향은 지켜봐야"

입력 2022-10-28 19:16
수정 2022-10-28 19:17
<앵커1>

강원도의 레고랜드 사업 ABCP 미상환 문제로 온 나라가 떠들썩합니다. 일단 정부가 뒤늦게나마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부랴부랴 수습에 나섰습니다.

대책이 줄줄이 발표되면서 잠시 수습국면에 들어가는 분위기인데요, 자세한 내용 증권부 홍헌표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홍 기자, 일단 정부가 할 수 있는 단기 지원책은 다 나왔다고 봐도 될까요?

<기자>

네,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했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채권시장 안정대책은 기획재정부나 금융당국, 또 은행과 증권업계 너나 할 것 없이 전방위적으로 나왔습니다.

정부는 이번주 초에 50조원 규모의 긴급 자금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하기로 발표했습니다.

우선 2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 중 여유 자금 1조6천억 원으로 회사채와 CP(기업어음)를 사들이기로 했습니다.

산업은행·기업은행·신용보증기금의 회사채·CP 매입 프로그램도 8조원에서 16조원 수준으로 확대하고, 한국증권금융은 부실 징후가 있는 증권사에 3조원의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했습니다.

지난 27일에는 9개 대형증권사들이 약 1조 원 규모의 자체 채안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당초 증권사들은 난색을 표했으나, 증권업계에 위기가 닥치면 모두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회사별 500억 원~1천억 원 규모로 SPC 조성에 협의했습니다.

증권사가 보유한 ABCP 등을 업계 차원에서 소화될 수 있도록 공동으로 노력하겠다는 겁니다.

은행들도 나섰는데, 5대 금융지주는 은행채 발행 축소와 단기자금시장 유동성 공급, 채권·증권시장안정펀드 재조성 사업 참여 등을 약속했습니다.

은행권은 20조 원 규모로 조성되는 채권시장안정펀드 캐피털콜(자금 요청)에 신속히 응하고 은행채 발행을 최소화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습니다.

<앵커2>

은행이나 증권업계에서도 사태 해결을 위해 나섰는데, 그 동안 최종 수비수로 불리는 한국은행의 역할이 조금 미미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어왔습니다.

결국 한국은행도 대책을 내놨군요?

<기자>

한국은행의 대책이 가장 늦게 나왔습니다.

사실 한국은행도 지금 굉장히 고민이 많을 겁니다. 물가안정을 위해 금리를 올리고, 유동성을 축소하고 있는데 채권시장 안정을 위해서 유동성을 풀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일단 어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대출 적격담보증권 대상에 은행채와 공공기관채를 추가하는 조치를 내놨습니다.

적격담보증권은 한은이 은행에 대출을 내줄 때 인정해주는 담보물인데, 지금까지는 국채, 통화안정증권, 정부보증채 등 국공채만 인정됐습니다.

은행들로선 기존에 보유한 은행채를 담보로 한은에서 돈을 빌릴 수 있어 추가로 은행채를 더 발행해 현금 확보에 나설 필요가 없습니다. 은행채 발행이 줄면 최근 꽉 막힌 다른 회사채 등의 돈줄이 뚫릴 수 있습니다.

또 한은은 대출 담보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은행의 유동성 부담을 줄여주기로 했습니다.

은행의 예대율(예금 대비 대출비율) 규제도 한시적으로 완화해 금융권의 시중 자금 조달에 여력이 생기면, 자금줄이 막히는 기업도 일정 부분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입니다.

은행권 예대율 규제비율을 기존 100%에서 105%로, 저축은행권은 110%까지 늘리기로 했습니다.

또 한은은 단기 금융시장에서 돈이 돌 수 있도록 6조 원 규모의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도 실시합니다. 매입 만기는 91일물 이내(14일물 등 주로 단기물 활용)로 한정했습니다.

한은은 이 조치들로 채권시장과 단기 금융시장 등에 총 42조5,000억 원에 달하는 유동성이 확보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정부 대책에도 채권 시장은 좀처럼 안정되지 않고 있습니다. 시장에선 당장 내달 초까지 당장 급한 불은 끄겠지만 근본적 해결은 아닌만큼 최소 내년 초까지는 시장의 불안감이 상존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습니다.

박해린 기자 리포트 보고 이어가겠습니다.

<박해린 리포트>

<앵커4>

회사채 시장은 돈줄이 말라가는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발행금리도 상당히 많이 올라 기업들의 자금부담이 상당하겠는데요?

<기자>

통영에코파워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전량 미매각이 발생했습니다.

정부의 대책이 나왔지만 아직 유동성 공급 대상이 아닌 회사채까지 영향을 주지 못한 겁니다.

지난 27일 통영에코파워의 3년 만기 회사채는 수요예측에서 전량 미매각되면서 회사채 510억 원을 모두 증권사들이 떠안게 됐습니다.

통영에코파워의 3년 만기 회사채 신용등급은 'A+'로 이번 유동성 공급 대상이 아니지만 채권시장의 현재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는 사례로 꼽혔습니다.

LG유플러스와 한화솔루션 등 우량기업의 회사채도 수요예측 미매각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대한 불안감도 여전합니다.

둔촌주공아파트의 사업비 차환이 만기를 하루 앞두고 힘겹게 성공했습니다.

둔촌주공은 부동산 PF이긴 하지만 국내 재건축 사업 중 역사상 최대규모로 상당히 우량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그럼에도 둔촌주공은 NH농협은행 등 24개사로 구성된 대주단에 조합사업비 7천억 원의 대출 만기를 요청했으나 거절당한 바 있습니다.

지난 27일 KB증권이 둔촌주공 PF 대출의 차환 발행 주관사를 맡아 약 5,400억 원 규모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과 전자단기사채(ABSTB)를 만기 83일물(2023년 1월19일)로 발행했습니다.

금리는 최대 12% 안팎으로 기존 발행 금리(3.55~4.47%)보다 대폭 올랐습니다.

한국투자증권은 1,800억 원 가량 차환발행을 맡았고, 이번 자산유동화증권 매입에는 채안펀드도 참여했습니다.

정부가 채안펀드를 둔촌주공 차환에 동원한 것은 우량사업인 이 사업 차환에 실패하면 시장불안 더 커질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증권부 홍헌표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