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계곡 살인' 사건으로 기소된 이은해(31·여)씨의 '간접 살인' 혐의를 인정하면서 사형 다음으로 무거운 무기징역을 선고한 양형은 이례적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인천지법 형사15부(이규훈 부장판사)는 27일 선고 공판에서 이씨의 살인 범행이 가스라이팅(심리 지배)에 의한 직접(작위) 살인이 아니라 다이빙 후 물에 빠진 피해자를 일부러 구조하지 않은 간접(부작위) 살인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도 이씨와 공범 조현수(30·남)씨에게는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작위가 아닌 부작위 살인 혐의가 인정됐는데도 이씨와 같이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사례는 세월호 선장이 있을 뿐 흔치 않다.
대법원은 2015년 부작위 살인죄 등이 적용된 세월호 선장 이준석(77·남)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대형 인명사고에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를 적용한 첫 대법원 판례였다.
이준석씨는 승객과 승무원 304명의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의 핵심 책임자다. 그는 살인 외에도 생존자에 대한 살인미수, 업무상과실선박매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선박, 선원법·해양환경관리법 위반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다.
끔찍한 범행으로 충격을 줬던 '원영이 사건'은 피고인에게 부작위 살인죄가 적용됐으나 무기징역은 선고되지 않은 사례다.
피고인인 신원영(사망 당시 7살)군의 계모와 친부는 부부싸움 후 화풀이로 신군에게 락스 2ℓ를 연거푸 들이부어 전신 화상을 입혔다. 이후에는 구호조치 없이 찬물만 끼얹고 화장실에 방치했고 신군은 이튿날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은 신군의 사망 뒤에도 시신을 베란다에 10일간 방치했다가 야산에 암매장하는 등 끔찍한 범행을 이어갔다.
검찰은 계모와 친부에게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30년을 구형했으나 1심 재판부는 징역 20년과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계모와 친부는 대법원에서는 각각 징역 27년과 징역 17년을 선고받았다.
이들에게는 부작위 살인죄뿐만 아니라 사체유기,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도 적용됐으나 이은해씨 보다는 낮은 형량이 선고됐다.
이 때문에 '계곡 살인' 사건 1심 재판부가 이씨 등의 범행을 사실상 작위에 의한 살인과 같은 수준으로 봤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재판부는 "(이은해씨는) 자신의 범행에 어떤 죄책감이나 죄의식도 없이 살해 시도를 반복했다"며 "이 사건 범행으로 피해자가 사망하지 않았다더라도 사망할 때까지 살해 시도를 지속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을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해 그 행위에 상응하는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피고인이 자신의 잘못을 진정으로 참회하고 속죄하는 시간을 갖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