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치로 대형산불 낸 60대 "죽으려 했는데" 횡설수설

입력 2022-10-26 17:24


지난 3월 강원 강릉시 옥계와 동해시 일대에 대형산불을 낸 혐의로 1심에서 중형을 받은 60대가 항소심에서 횡설수설하며 범행 경위에 있어 기존 진술을 번복했다.

26일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황승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모(60)씨의 산림보호법 위반 등 사건 항소심 첫 공판에서 이씨는 재판부의 범행 경위에 관한 물음에 "불을 낼 때 어머니와 상의했다"는 취지로 답했다.

이씨는 "어머니도 죽고, 나도 죽으려고 했는데 어머니가 먼저 집을 나섰다. (불을 내기로) 얘기가 돼서 어머니는 먼저 나갔다"고 진술했다.

수사기관에서는 어머니와 상의 없이 혼자 범행했다고 했으나 이를 뒤집은 것으로, 이 경우 사람이 현존하는 건조물에 불을 냈을 때 적용하는 '현주건조물방화죄'가 아닌 '일반건조물방화죄'에 해당해 공소장 변경이 불가피하다.

재판부는 이씨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아 현주건조물방화 혐의 적용에 대한 판단을 위해 27일 피고인 신문을 하기로 했다.

이씨는 지난 3월 5일 오전 1시 7분께 강릉 옥계면에서 토치 등으로 자택, 빈집, 창고에 불을 낸 데 이어 산림에도 불을 질러 대형산불을 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씨의 범행으로 강릉지역 주택 6채와 산림 1천455㏊가 타 111억 원 상당의 재산피해가 나고, 동해지역 주택 74채와 산림 2천735㏊가 잿더미가 돼 283억 원에 달하는 피해가 발생했다.

그의 어머니(86)는 산불 대피 중 넘어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수사 결과 이씨는 고립된 생활환경에서 피해망상에 사로잡혀 주민들에 대한 누적된 적대감을 극단적으로 표출하면서 범행에 이른 것으로 드러났다.

1심을 맡은 춘천지법 강릉지원은 지난 6월 "산불 피해자들이 영문도 모른 채 상당한 손해를 입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이에 이씨는 "형이 무겁다"며 항소했고, 징역 15년을 구형했던 검찰도 "형이 가볍다"며 항소장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