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증시프리즘 시작합니다. 증권부 문형민 기자와 함께 합니다.
문 기자, 증시 상황 먼저 전해줄까요?
<기자>
오늘(26일) 장은 '즐거운 코스피, 우울한 코스닥'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우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의 매수세가 강하게 들어오며 상승 마감했습니다.
외국인투자자는 무려 6,112억원 순매수했고요. 지난 8월 31일 7,453억원 이후 가장 큰 규모입니다.
코스닥의 경우 코스피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였는데요.
코스닥은 개인만 홀로 813억원 사들이며 지수 방어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도에 하락 마감했습니다.
<앵커>
우리 증시에 영향을 준 요인들 하나씩 알아볼까요?
<기자>
코스피 지수의 상승은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 조절 기대감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간밤 미국 도시 주택가격지수와 소비자 신뢰지수가 발표됐는데,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며 경기침체가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동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경기가 침체돼야만 금리인상 속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왔습니다.
물론 또 다른 경기지표들이 발표돼야 알겠지만, 연준이 금리인상폭을 줄일 명분들이 하나 둘 생기고 있는 겁니다.
다만 우리 코스피 지수의 상승폭은 뉴욕증시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습니다.
뉴욕증시 장 마감 이후에 미국의 주요 기업들이 3분기 실적을 발표했는데, 이전처럼 '깜짝 실적'을 보인 주요 기업이 없었습니다.
이에 우리 증시의 상승세가 제한된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코스피는 상승하고 코스닥은 하락하는 등 서로 다른 방향을 보이는 것도 여기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미국 주요 기술주들이 내놓은 3분기 실적이 부진했고, 또 향후 부정적인 전망까지 이어지자 기술주, 성장주를 중심으로 한 코스닥이 상대적인 약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그렇군요.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실적이 나왔던데요.
시장기대치를 하회했다고 하던데, 우리 시장에 영향을 줬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당장 우리 시장에 강하게 영향을 준 것은 알파벳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선 알파벳은 3분기 매출액 690억 9천만 달러, 주당순이익 1.06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월가 예상치가 매출액 705억 8천만 달러, 주당순이익이 1.25달러였는데, 이에 한참을 못 미치는 겁니다.
특히 알파벳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이유는 유튜브 광고 수익 감소였는데요. 기업들이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으로 광고비용을 줄이자 타격을 받았습니다.
결국 알파벳은 시간외 거래에서 6.8% 급락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매출액 501억 2천만 달러, 주당 순이익 2.35달러를 기록하며 월가 예상치에 부합하는 3분기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클라우드 사업 부분의 매출액이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시간외에서 2%대 주가하락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앵커>
두 기업 모두 앞서 설명한대로 미국의 대표적인 기술주잖아요.
국내에서는 NAVER와 카카오가 비슷한 사업을 하고 있는데, 영향을 더 많이 받았겠네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NAVER, 카카오 모두 플랫폼 사업, 그리고 광고 사업을 통해 수익을 거두고 있는 기업입니다.
알파벳과 마이크로소프트 실적 발표 이후 NAVER, 카카오는 각각 3.6%, 2.3% 하락하며 장을 끝냈습니다.
당장 내일(27일) 메타도 실적을 내놓는데, 시장은 3분기 실적이 1년 사이 5% 이상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이에 NAVER와 카카오에 대한 부정적인 실적 전망, 대외사업 환경 악화 시각, 그리고 주가 부진은 단기간 이어질 수 있습니다.
다만, 두 회사가 다음 주에 발표하는 3분기 실적에서 부정적인 전망을 뚫고 호실적을 기록한다면, 반짝 주가 반등을 노릴 수 있겠습니다.
<앵커>
NAVER, 카카오와 다르게 삼성전자 주가는 시원하게 올랐네요.
실적 전망이 그다지 좋지 않다고 알고 있는데, 이유가 어떻게 됩니까?
<기자>
네, 삼성전자는 3% 가까이 상승하며 장을 마쳤습니다. 4거래일 연속 상승세입니다.
3분기 실적은 이미 지난 7일 발표한 잠정실적에서 보면 알 수 있다시피 좋지는 않습니다.
삼성전자는 3분기 매출액 76조원, 영업이익 10조 8천억원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특히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1.7% 줄어들며 실적 부진에 직면했습니다.
오늘 SK하이닉스 역시 3분기 실적을 발표했는데, 매출액 10조 9,828억원, 영업이익 1조 6,556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영업이익은 1년 새 60.5% 감소했고요. 또 시장 기대치가 2조 94억원이었는데 이에 못 미치는 ‘어닝쇼크’를 보였습니다.
실적 자체는 주가를 끌어내릴 요인이지만, 외국인이 연일 순매수하자 주가 반등세를 이어가고 있는 겁니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삼성전자는 1조 1,160억원, SK하이닉스를 7,930억원 순매수했는데요. 외국인투자자 순매수 상위 1위, 2위를 기록했습니다.
<앵커>
이번 3분기는 그렇다고 쳐도, 4분기, 그리고 내년 상반기까지도 반도체 업황이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데요.
그럼에도 연일 매수를 외치고 있는 이유는 어떻게 됩니까?
<기자>
증권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지금과 같은 반도체 업황 부진 국면에서 다른 경쟁사와 비교해 원가경쟁력이 있다고 봤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글로벌 경기침체에도 상대적으로 이익을 더 방어할 수 있다는 이유로 외국인의 매수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에 더해 삼성전자가 100조원이 넘는 현금을 기반으로 메모리와 파운드리 생산능력(CAPA)을 확대하고요.
또 인수합병(M&A)을 통해 신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주가 상승세에 불을 지폈다고 분석했습니다.
<앵커>
사실 지난 한 달간 삼성전자 주가는 연저점을 기록하는 등 부진했잖아요.
단지 ‘저가 매수 매력’ 때문에 매수세가 유입된 것은 아닐까 싶은데요.
<기자>
맞습니다. 지금 외국인의 ‘사자’ 행진이 단순히 ‘저가 매수세’에 불과하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코스피 지수는 연초 대비 35% 넘게 떨어졌고, 특히 대형주의 밸류에이션이 크게 하락했습니다.
코스피200의 주가수익비율(PER)은 8.3배 수준으로 코스닥 22배, 코스피 9.5배보다 낮습니다.
즉 대형주, 우량주 투자 매력이 부각되자 해당 종목들, 특히나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적은 시가총액 상위 10종목으로 매수세가 몰리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실제로 외국인이 이달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 10곳 가운데 5곳이 시가총액 10위 내에 포함됐습니다.
다만 반도체 업황은 내년 3분기나 돼야 회복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실적 전망은 당분간 부정적인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PER 등 밸류에이션 매력이 줄어들게 되면 언제든 외국인투자자는 다시 매도로 방향을 바꿀 수 있습니다.
따라서 최근의 상승세가 장기간 지속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그럼에도 증권업계는 현재 바닥은 탈출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삼성전자 주가는 연내 6만원 중반까지 올라설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앵커>
네, 잘 들었습니다. 증권부 문형민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