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룟값 감당 못해"…전세계 물가난에 동물도 수난

입력 2022-10-23 14:33


코로나19 사태와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에 전 세계 물가가 치솟으면서 반려동물들도 보금자리를 잃고 있다고 영국 BBC 방송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생활고가 깊어지는 상황에서 사룟값마저 치솟자 양육을 포기하는 주인들이 늘어나서다.

호주 멜버른의 동물보호소 '길잃은 개들의 집'을 운영하는 수전 텔렙스키는 BBC와 한 인터뷰에서 보호소에 맡겨지는 동물이 나날이 늘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최근 입소한 4살짜리 나폴리탄 마스티프종의 경우도 주인이 연간 1천600 호주달러(약 146만원)에 이르는 사룟값을 더는 부담할 수 없다는 이유로 보호소에 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텔렙스키는 보호소에 수용된 동물의 수가 이미 500마리를 넘어섰다면서 "(반려)동물과 자녀 중 한쪽을 선택해야만 하는 건 너무나도 슬픈 일인데 그런 상황에 부닥친 이들이 있다"고 말했다.

호주에서는 작년부터 반려동물 유기가 늘고 입양 건수가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최근 몇 개월 사이 물가 상승이 본격화하고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이런 추세가 더욱 뚜렷해졌다고 BBC는 전했다.

실제, 반려동물을 포기한 양육자들은 생계비 상승과 실직 등으로 더는 버틸 수 없는 처지에 몰렸다고 토로했다.

사룟값 상승도 한 원인이다.

호주의 반려용품 가격은 작년 6월에서 올해 6월 사이 12% 가까이 올랐고, 같은 기간 미국(10.3%)과 영국(8.4%), 유럽연합(EU·8.8%)의 반려동물 사료 가격도 평균 10% 내외의 상승률을 보였다.

영국 동물보호단체 블루크로스의 앨리슨 존스는 "사람들이 그들의 애완동물과 함께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슬프게도 점점 더 많은 동물이 보호소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난양공과대학 윌리엄 천 교수는 에너지 가격 상승이 반려동물 사료 생산 단가를 높이는 주된 요인이 되고 있다면서 "사룟값이 안정될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BBC는 전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