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열린 국제 스포츠클라이밍 대회에 '히잡'을 벗고 출전했다가 실종설에 휩싸였던 이란 대표 엘나즈 레카비(33)가 가택 연금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BBC 방송은 히잡 미착용 논란 이후 이란으로 돌아온 레카비가 이란올림픽위원회 빌딩에 사복 요원의 감시를 받는 상태로 구금됐으며, 지금은 가택연금 상태라고 소식통을 인용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당국은 레카비가 휴식을 위해 집에 머무르고 있다고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또 레카비가 귀국 직후 인터뷰에서 히잡을 쓰지 않은 것에 대해 사과했지만, 이 역시 가족의 집을 빼앗겠다는 당국의 협박에 못 이겨 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뉴욕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이란인권센터(CHRI)는 트위터 성명을 통해 "레카비를 보호하기 위해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이 인권단체 및 모든 이란 선수들과 연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단체는 이어 "이란 정부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어선 안 된다. 그들은 반대 세력을 구금하고 불구로 만들거나 죽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레카비는 지난 10∼16일 서울 한강공원 특설경기장에서 열린 2022 IFSC 아시아선수권대회에 히잡을 착용하지 않은 채로 출전했다.
일각에서는 레카비가 이란 내에서 벌어지는 '히잡 시위'를 지지하는 뜻에서 히잡을 쓰지 않은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후 외신들은 레카비가 대회 마지막 날인 지난 16일 이후 연락이 끊겼으며, 여권과 휴대전화를 압수당한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레카비는 지난 19일 테헤란 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당시 많은 사람이 공항에 나와 그를 '영웅'이라고 칭찬하며 환영했다. 레카비는 입국 당시에도 히잡을 쓰지 않았고 야구 모자로 머리카락을 가린 상태였다.
이튿날 레카비는 귀국 다음날 스포츠 장관 면담 시에도 입국 때 입었던 옷을 입고 나와 그가 귀국 후에도 집에 가지 못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는 지난달 13일 마흐사 아미니(22)라는 여성이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됐다. 경찰서에서 구금 상태로 조사를 받던 그는 갑자기 쓰러진 뒤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16일 사망했다.
이 사건 이후 테헤란을 비롯한 이란 주요 도시에서는 저항 시위가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