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1천만원대 도박판을 벌인 '주부도박단'이 경찰에 붙잡힌 가운데, '카카오톡 오류' 사태가 이들을 검거하는데 한몫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의 허를 찌르는 급습도 주효했지만, SK 판교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로 카톡방 메시지 수신이 원활하지 않아 도박꾼들이 단속에 미처 대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19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해당 도박장에는 화투패를 직접 만진 도박꾼 외에 노름을 보조한 이들이 있었다. 이들은 총책임자인 '창고장'과 도박자금을 빌려주는 '꽁지', 음료를 타주는 '박카스' 등으로 역할을 나눴다.
여기에는 경찰 단속에 대비해 망을 보는 이른바 '문방' 역할을 하는 이도 있었다.
이날도 문방은 도박꾼이 모인 카톡방에 낯선 남자의 등장을 알렸으나, 이 문자는 당시 전국에 영향을 미친 카톡 오류로 전송되지 못했다.
경찰은 도박꾼들이 미처 눈치채지 못한 사이에 2층 상가 건물 문을 열고 도박장으로 유유히 들어왔다.
이런 사실도 모른 채 한창 노름에 열중인 도박꾼들은 손에 쥔 화투패를 내려놓지도 못하고 덜미를 잡혔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 관계자는 "도박장 단속을 나가면 누군가 문을 막고 있어서 형사들이 힘으로 뚫고 갈 때가 많았다"며 "그 안은 소위 '난리 블루스'여서 화투패랑 카드를 숨기고, 돈을 챙겨서 뒷문으로 도망가느라 정신이 없어야 보통인데 이날은 모두가 앉아서 도박에 집중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카톡방 오류 덕인지 아무도 도망 못 가고 한 자리에서 도박사범을 모두 검거할 수 있었다"며 "붙잡힌 이들을 상대로 상습 도박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익산경찰서는 '이른바 '도리짓고땡' 도박을 한 31명을 입건하고 도박자금 1천200만원 상당을 압수했다.
검거된 이들 대부분은 중년의 가정주부로 알려졌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