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노동계 전설→2022년 경사위 위원장' 김문수 선임 배경은?[용와대에선]

입력 2022-10-15 06:00
문성필 반장의 용와대에선
김 위원장 잇단 강성발언으로 논란
尹 "김문수 전 지사, 노동 현장 잘 아는 분"
김 위원장-노동계 사회적 대화커녕 대립


"김문수 전 지사는 노동 현장을 잘 아는 분입니다. 제도나 이론에 대해서 해박하신 분도 많이 있습니다마는 그 분은 70년대 말 80년대에 실제로 우리 노동 현장을 뛴 분이기 때문에 진영에 관계없이 많은 노동 운동가들과 또 이런 네트워크도 가지고 있고 현장을 잘 아는 분이기 때문에 다른 걸 고려하지 않고 현장을 가장 잘 안다고 판단해서 인사를 하게 됐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어제(14일) 출근길에 최근 연일 강성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의 인선 배경을 이같이 설명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2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문 전 대통령이 신영복 선생을 가장 존경하는 사상가라(고 한다)면 김일성주의자"라고 말해 야당 의원들의 거센 반발을 샀고, 결국 국감장에서 퇴장 당했습니다.

다음 날인 13일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문재인은 총살감"이라고 했던 자신의 과거 발언을 거둘 생각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같은 강성 발언에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인사 참사'라며 비판하자 반박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근로자와 사용자, 그리고 정부가 고용노동 정책을 포함한 관련 경제·사회 정책 등을 심의·협의하고, 대통령에 정책 자문을 하는 대통령 직속 위원회입니다.

고용노동 정책과 노사관계 발전 제도, 사용자 간 협력증진 사항 등을 협의합니다.

결국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은 근로자와 사용자, 정부 간 합의를 이끌어내야 하는 자리인 셈입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법 제1조'에도 "사회 양극화를 해소하고 사회 통합을 도모하며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현재까지 행보를 보면 사회 양극화·통합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윤 대통령이 밝힌 인선 배경처럼 김 위원장은 1980년대 노동운동을 대표하는 이른바 '레전드'로 불렸습니다.

1974년 민청학련 사건으로 서울대에서 제적된 이후 노동운동에 뛰어들어들었습니다.

1985년 서울지역노동운동연합(서노련)이 출범하자 지금의 심상정 정의당 의원과 함께 활동했습니다.

1986년에는 서울지역 노동운동연합 지도위원으로 인천시 5·3직선제 개헌 투쟁 주도 혐의 등으로 구속되어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1988년 특별사면으로 풀려났습니다.

1990년 초 구소련의 붕괴를 통해 공산주의 몰락을 지켜보고, 1994년 민주자유당(국민의힘 전신)에 입당했습니다.



노동운동가 출신이지만 김 위원장은 노동조합에 대해 적대적인 입장을 여러 번 밝힌 바 있습니다.

지난 8월 하이트진로 화물노동자 파업과 점거농성과 관련해 "노동자들이 손배소를 가장 두려워한다. 민사소송을 오래 끌수록 굉장히 신경이 쓰이고 가정이 파탄 나게 된다"며 "원칙대로 민형사상의 책임을 지도록 해야 노사관계가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13일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과 만난 자리에서는 "헌법에서 노동권도 중요하지만 재산권도 중요하고, 소유권을 침해하면 공산주의"라고 말하며 '노란봉투법'을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공산주의는 개인 소유를 인정하지 않고 국가가 다 박탈해 개인 자유가 사라지는 것"이라며 "소유권을 존중하면서 노동권을 같이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노란봉투법은 사측이 파업 노동자에 대해 무분별하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노조법 개정안입니다.

근로자와 사용자 간 합의를 이끌어야할 위원장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한쪽 입장을 두둔한 겁니다.



노동계는 김 위원장 잇단 극단적 발언을 두고 강하게 반발하는 모양새입니다.

민주노총은 지난 13일 성명을 내고 "(김 위원장이) 경총을 방문한 자리에서 노조법 2, 3조 개정에 대해 맥락 없이 '공산주의'를 언급하고 '소유권'을 언급하며 그가 얘기하는 거리의 약자인 비정규하청노동자들의 기본권 보장을 다시 색깔론으로 덧씌웠다"며 "재계도 그간 개정 반대 근거로 '재산권 침해'를 주장했는데 한술 더 떠 나온 오늘 김문수씨의 발언은 아주 고약한 의도가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현재 경사노위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민주노총과 대화하겠다고 밝혔지만 거짓말 논란까지 나오는 상황입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 국정감사 자리에서 민주노총 산별노조 위원장과의 만찬을 갖고 대화를 나눴다며 민주노총과도 소통을 이어나가고 있다고 했지만 민주노총은 김 위원장과 저녁 만찬을 한 민주노총 산별 위원장은 없다며 "국회는 국정감사장에서 거짓 증언을 한 김문수 씨를 위증 혐의로 처벌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의 이른바 '3고 시대'에 돌입하며 내년 상반기 경제 위기론까지 나오는 상황입니다.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산업 현장 곳곳에서 근로자와 사용자 간 갈등이 더욱 빈번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여기에 윤 대통령은 근로시간·임금개혁 등 노동개혁 달성을 위해 노동계 설득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다시 말해, 노동자와 사용자를 화해시키고 조정하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한 시점입니다.

윤 대통령이 설명한 '인선 배경'처럼 '노동 현장을 잘 아는' 김 위원장이 앞으로는 '극단'이 아닌 '타협'의 행보를 보여줘야 할 때입니다.

만약 김 위원장이 앞으로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대통령실은 ‘인사 실패’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