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유령회사에 부당이익' 네네치킨 회장, 원심 뒤집고 무죄

입력 2022-10-14 17:08
수정 2022-10-14 17:32


원재료를 조달하는 과정에 아들이 소유한 유령회사를 끼워 넣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기소된 현철호 네네치킨 회장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8부(배형원 이의영 배상원 부장판사)는 14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현 회장에게 1심과 달리 무죄를 선고했다.

네네치킨은 2015년 9월 치킨 소스를 공급받기 위해 새로운 업체와 계약하면서 소스 원재료를 A사에서 납품받는 조건을 달았다. A사는 현 회장의 아들이 1인 주주인 곳으로, 실제 직원과 시설은 없는 유령회사라는 게 검찰 판단이다.

검찰은 A사가 2015년 10월∼2019년 1월까지 소스 원재료를 시가보다 최대 38%가량 비싸게 공급해 약 17억5천만원의 이득을 봤다고 판단했다. 해당 금액만큼 네네치킨은 손해를 입었다고 보고 현 회장과 A사 설립을 주도한 현 회장의 동생을 배임 혐의로 기소했다. A사도 조세범처벌법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1심 재판부는 이들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현 회장과 동생에게 각각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공동의 추징금 17억5천만원도 선고했다. 현 회장과 A사엔 각각 벌금 17억원과 벌금 5천만원도 선고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네네치킨이 손해를 봤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현 회장 형제와 A사에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오히려 네네치킨이 A사를 거치는 거래구조를 통해 치킨 소스 제조법의 외부 유출을 막아 이득을 얻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A사가 물적·인적 설비가 다소 부족하더라도 독립된 주체로서 사업을 한 이상 유령회사라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검찰은 네네치킨이 굳이 A사를 설립하지 않고 원재료를 직접 조달해 소스 공급사에 납품할 수도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2심 재판부는 이 경우 "세법상 부당거래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A사가 증여세나 상속세 절감을 위해 설립됐다고도 주장했으나 법원은 "법인세법과 소득세법 등 규정을 고려하면 현 회장 측이 증여세 등을 절감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