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력망 등을 노린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이 이어지면서 동절기를 앞둔 우크라 주민들의 시름이 커지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인의 저항 의지를 꺾기 위해 '겨울'을 무기화하려 한다는 분석마저 제기된다.
1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서부 최대도시 르비우에서는 전날부터 이틀째 이어진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전력 및 수도시설이 파괴되면서 전체 면적의 30%가량이 정전상태에 놓였다. 일부 지역에는 상수도 공급도 중단됐다.
이에 주민들은 러시아의 미사일보다 올겨울 추위를 더 걱정할 상황에 놓였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르비우 당국은 2주일 뒤면 밤이 길어지고 기온이 본격적으로 떨어진다면서 주민들에게 겨울나기 준비를 당부한 상황이다.
안드리 사도비 르비우 시장은 이날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아마도 우리나라에 최악의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며 "힘든 시기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하기 어렵다"면서 전력·난방 공급 불안정에 대비해 장작을 미리 준비하는 등 '옛날 방식'으로 비상난방수단을 구비해야 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폴란드 국경에서 불과 80㎞ 떨어진 곳에 있는 르비우는 그동안 러시아의 직접적인 공격을 거의 받지 않은 탓에 비교적 안전한 지역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10∼11일 이틀간 이어진 러시아의 공습으로 르비우의 풍경은 완전히 달라졌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공습 첫째 날 지역 내 변전소에 러시아 미사일 15발이 떨어졌지만, 당국의 복구 작업으로 당일 저녁 르비우 대부분 지역에서 전기와 수도가 다시 공급됐다. 그러나 다음날일 11일 오전 9시께 2개 에너지 시설에 3번의 폭발이 추가로 발생하면서 르비우 핵심 기반시설이 또다시 타격을 입었다.
사도비 시장은 "르비우에 있는 4개 변전소 가동이 중단됐다. 이를 다시 가동하기 위해서는 변압기가 필요한데 쓸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막심 코지츠키 르비우 주지사는 "정말로 솔직하게 말하자면 그들(주민)에게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면서 "나는 사람들에게 가능한 최대한 에너지를 절약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월요일에 수리한 전력망이 오늘 다시 고장났고, 르비우 지역의 30%에서 전기가 나갔다"고 말했다.
사도비 시장은 모든 방공호에 난방장비와 땔감을 구비해야 한다면서 "(전력망) 수리는 통상 하루에서 사흘이 걸리는 만큼 그 시간을 버틸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추위와 공포, 파괴라는 적의 무기를 견뎌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CNN 방송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에너지 기간시설을 집요하게 공략하고 있다면서 이틀간 공격으로 우크라이나의 전체 에너지 관련 시설 가운데 30%가 피해를 봤다고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