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12일 기준금리를 0.50%포인트(p) 또 인상했다. 지난해 8월 이후 약 1년 2개월 동안 기준금리는 연 0.5%에서 3.00%로 2.50%포인트나 뛰었다.
이에 따라 대출금리가 기준금리 인상 폭만큼만 올라도 가계대출자의 이자 부담은 33조원 이상 불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더구나 예상대로 기준금리가 연말까지 0.25∼0.50%포인트 더 오르면 다중채무자, 20·30 세대,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과 최근 2년 사이 레버리지(차입투자)를 활용해 공격적으로 자산을 사들인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족, '빚투'(빚으로 투자)족의 원리금 상환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강준현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가계부채 현황 자료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25%포인트만 뛰어도 전체 대출자의 이자는 약 3조3천억원 늘어난다. 인상폭이 0.50%포인트로 커지면 증가액은 6조5천억원으로 불어난다.
올해 2분기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에 은행·비은행 금융기관의 변동금리부 대출 비중 추정치(평균 74.2%)를 적용해 산출한 결과다.
지난해 8월 금통위가 사상 최저 수준(0.50%)까지 낮아진 기준금리를 15개월 만에 처음 0.25%포인트 올렸고, 이후 올해 7월과 이날 두 차례 빅 스텝(0.50%포인트 인상)을 포함해 모두 2.50%포인트(0.25%포인트×10) 인상한 만큼, 약 1년 2개월간 늘어난 이자만 33조원(3조3천억원×10)으로 추산된다.
아울러 한은은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상되면 가계대출자 1인당 연간 이자 부담은 평균 약 16만4천원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작년 8월 이후 0.25%포인트의 10배인 2.5%포인트가 뛰었으니, 대출자 한 사람의 연 이자도 164만원씩 불어난 셈이다.
지난달 30일 현재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형) 금리는 연 4.730∼7.141% 수준이다.
주택담보대출 혼합형 금리의 지표로 주로 사용되는 은행채 5년물(AAA·무보증) 금리가 미국과 한국의 예상보다 빠른 긴축 전망 등의 영향으로 계속 오르면서 일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 금리가 약 13년 만에 7%를 넘어선 상태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연동, 연 4.510∼6.813%)와 신용대출 금리(1등급·1년, 연 5.108∼6.810%) 역시 7%대에 바짝 다가섰다.
금통위가 미국의 잇따른 자이언트 스텝에 대응해 다음 달에도 6연속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다면 대출금리는 금융위기 이후 약 14년 만에 연내 8%에 근접할 가능성이 있다.
이처럼 대출 금리가 빠르게 오르면, 특히 2년 전 초저금리를 바탕으로 무리하게 자산을 사들인 대출자 중에서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연 상환액이 50% 넘게 급증하는 경우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5대 시중은행 가운데 한 곳의 대출자 사례 분석에 따르면, 대기업 직원 A씨(신용등급 3등급)는 2년 전(2020년 10월) 5억6천600만원을 은행에서 빌려 서울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24평형(전용면적 59.96㎡)을 매입(14억3천만원)했다.
A씨의 총 대출액은 주택담보대출 4억6천600만원(30년 원리금 균등 분할 상환. 신규취급액 코픽스 6개월 연동금리)과 신용대출 1억원(대출 기간 1년. 매년 기한연장 가능. 금융채 6개월 연동금리)을 더해 5억6천600만원이다.
A씨에게 초기 6개월간 적용된 금리는 주택담보대출 연 2.91%, 신용대출 3.66%로 월 원리금 상환액은 약 224만7천원(주택담보대출 원리금 194만2천원+신용대출 이자 30만5천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2년 뒤인 이달 현재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금리는 각 5.07%, 6.67%로 높아졌고, 월 납입액(249만2천원+55만6천원=304만8천원)도 2년 새 36%나 늘었다.
더구나 올해 말이나 내년 초 기준금리가 3.50%에 이르면, 6개월 뒤인 내년 4월 A씨의 월 상환액은 약 340만4천원(주택담보대출 연 6.07% 적용 원리금 276만5천원+신용대출 7.67% 적용 이자 63만9천원)으로 최초 대출 당시(224만7천원)보다 51.5%(115만7천원)나 불어난다.
기준금리가 빠른 속도로 높아지면, 가계뿐 아니라 소상공인(자영업자)을 포함한 기업들의 이자 부담도 커져 결국 금융권 전체 건전성 위험으로 번질 우려가 있다.
한은은 지난달 22일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기업 신용(빚)의 높은 증가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국내외 경기 둔화, 대출금리 인상, 환율·원자재가격 상승 등 경영 여건이 나빠질 경우 기업 전반의 이자 상환 능력이 약해져 올해 한계기업 비중은 전년보다 상당폭 상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