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전세도 안 나가"…2년 전 시세보다 싼 전세 속출

입력 2022-10-11 06:52


서울 아파트 전세 물건 가격이 2년 전 거래가보다 떨어진 단지들이 속출하고 있다.

서울에서 집주인이 전세 재계약을 하면서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 '역전세난'이 현실화한 것이다.

11일 부동산 중개업계에 따르면 최근 전셋값이 크게 하락하면서 서울 아파트 시장에 2년 전 가격보다 싼 전세 물건들이 증가하고 있다.

2020년 8월 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 상한제 등 임대차 2법 시행으로 전셋값이 급등했는데 2년 만에 상승분을 고스란히 반납한 것이다.

이 때문에 비강남권은 물론 고액 전세가 많은 강남권도 전체 물건이 적체되면서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 역전세난이 본격화하고 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아파트 전용면적 84㎡의 경우 현재 전세 물건이 12억원 선에 나온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2020년 9∼10월 이 아파트의 전세 계약 금액이 최고 13억∼14억원이었는데 이보다 1억∼2억원가량 낮은 것이다.

잠실 엘스 전용 84㎡도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전세물건의 시세가 11억∼12억원 수준으로, 2년 전에 최고 12∼14억원에 전세계약을 체결한 집주인은 세입자에게 1억원 이상의 보증금을 돌려줘야 한다.

잠실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추석 이후 전월세 계약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는데 오히려 신규 전세 수요는 더 줄어서 급전세도 잘 안나간다"며 "신규 계약은 물론 기존 세입자와 재계약을 하는 집주인도 일부는 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건축 단지로 전셋값이 비교적 낮은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2년 전 시세보다 낮은 물건이 등장했다.

전용 76.79㎡의 경우 2년 전 전세 거래가가 최고 7억∼8억원인데 현재 전세 6억8천만∼7억원대 초반에 전세가 나와 있다.

중저가 전세 수요가 많은 강북도 최근 전세 매물이 적체되고 있다.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는 지난해 11억∼11억5천만원까지 계약되던 전세가 현재 8억5천만∼9억원까지 내려왔지만 계약이 잘 안된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이 아파트는 2년 전인 2020년 9∼10월 8억∼9억5천만원, 11월에는 10억원 넘는 금액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다.

전용면적 59㎡는 2년 전 전세 거래가가 최고 7억5천만원인데 현재 이보다 낮은 6억5천만∼7억원에 전세가 나온다.

최근 전셋값 하락은 계약갱신청구권, 상생임대인 제도 등으로 재계약 수요가 늘어난 가운데, 금리 인상 여파로 전세자금대출 이자가 연 6∼7%대까지 치솟으면서 이사 수요가 급감한 영향이 크다.

대출 금리가 단기에 오르면서 전세의 월세 전환이 가팔라진 것도 전세 적체의 원인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빌라·다세대 등을 중심으로 전세가가 매매가보다 높은 '깡통전세' 위험이 커진 가운데 서울을 포함한 아파트 시장의 역전세난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고 있다고 우려한다.

(자료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