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대교 붕괴로 뺨 맞은 푸틴 '핵버튼' 만지작

입력 2022-10-09 18:09


8일(현지시간) 러시아 본토와 '푸틴의 성지'로 불리는 크림반도를 잇는 크림대교가 차량 폭발로 일부 붕괴하면서 우크라이나 침공 8개월째로 접어든 러시아의 자존심도 크게 구겨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러시아가 어떤 식으로라도 보복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서방을 향해 위협하고 있는 '핵 공격' 시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러시아 당국 발표에 따르면 이날 오전 크림대교의 차량용 교량을 지나던 트럭에서 폭탄이 폭발해 3명이 숨졌다. 차량용 교량 일부가 무너졌고 철도 교량에서는 화물열차에 불이 붙었다.

우크라이나는 사고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관료들은 이번 공격을 환영하면서 러시아를 조롱했고, 러시아는 사실상 우크라이나를 배후로 지목했다.

러시아 쪽에서는 '보복'을 입에 올리고 있다.

세르게이 악쇼노프 크림 행정부 수반은 "감당할 만한 상황으로, 불쾌하지만 치명적이지는 않다"고 주장하면서 "물론 감정을 건드렸고 복수에 대한 열망이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예전부터 크림대교가 어떤 공격을 받더라도 보복이 뒤따를 것이라고 밝혀 왔다.

실제로 크림대교 폭발이 일어난 지 수시간 후인 8일 밤과 9일 새벽 우크라이나 남동쪽 자포리자에 미사일이 연속으로 떨어져 최소 17명이 사망했다고 현지 관리가 전했다. 또한 아파트와 주거지역 도로 등도 파괴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내 강경파들도 이번 크림대교 붕괴 사건을 '테러행위'로 규정하면서 강력한 보복에 나설 것을 푸틴 대통령에게 촉구하고 있다.

미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매파 언론인인 블라디미르 솔로비요프는 텔레그램을 통해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으로 대응에 나서야 할 때이다. 우크라이나를 암흑 시대로 쳐 넣어야 한다"면서 교량과 댐, 철도와 발전소 등 우크라이나의 기간시설을 파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 BBC 방송은 이번 사건의 중요성이나 상징성은 과장해서 말해도 지나치지 않다면서 러시아군이 대규모로 주둔하고 있는 크림반도에 대한 어떤 공격이라도 푸틴 대통령의 크렘린궁으로서는 엄청난 굴욕으로 여겨질 것이라고 짚었다.

2014년 크림반도 병합 이후 러시아 본토와 크림반도의 물리적 '통합'을 상징하는 크림대교를 손수 개통하고 정치적으로 활용해온 푸틴 대통령에게 70세 생일 바로 다음 날 벌어진 이번 사건은 특히 큰 모욕으로 여겨질 공산이 크다.

푸틴 대통령은 2018년 5월 18일 이 다리의 개통식 때 트럭을 직접 몰아 다리를 건너는 이벤트를 했다.

푸틴 대통령이 최근 우크라이나 남부 지역에서 수세에 몰리면서 핵 사용을 거론한 상황이라 러시아의 핵 사용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러시아의 핵 위협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할 경우 집권 자체가 위태로워지는 상황에 처한 푸틴 대통령이 최근 우크라이나와의 지상전에서 수세에 몰리자 판세를 뒤집기 위해 꺼내든 카드로 분석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전격적으로 부분 동원령을 발령하면서 서방이 러시아를 핵으로 위협하고 있으며, 이에 대응해 러시아가 모든 수단을 쓸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엄포가 아니다"라고 경고, 핵버튼을 누를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우크라이나 영토에 대한 러시아의 성공적인 병합을 상징하는 크림대교 붕괴로 뺨을 맞은 격인 푸틴 대통령은 어느 때보다 강한 보복 조치에 나설 것으로 보이며, 이런 상황에서 실제 전술핵무기 등의 사용 가능성까지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