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화 가치 하락세가 세계 주요 통화 가운데 3번째로 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9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는 7일까지 최근 3개월 사이 8.0% 하락했다. 이 기간 블룸버그가 집계하는 달러 외 31개 주요 통화 가운데 달러 대비 가치가 원화보다 더 하락한 것은 물가 상승률이 80%에 육박하는 아르헨티나 페소화(-15.2%)와 뉴질랜드달러(-9.2%) 2개뿐이었다.
3분기만 보면 원·달러 환율은 6월 말 종가 1,298.90원에서 9월 말 종가 1,430.12원까지 올라 상승 폭이 10.1%에 이르렀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1,440원을 넘겼던 환율이 며칠 새 급락하면서 그나마 최근 3개월 기준 상승 폭은 줄어든 것이다.
4분기에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지속하는 만큼 달러화 강세가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연준은 4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자국 물가를 잡기 위해 지난달까지 3차례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 금리 상단을 3.25%로 끌어올렸다. 또 11월과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각각 0.75%포인트, 0.5%포인트 추가로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을 열어놓은 상태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내년 말까지 기준금리를 4.6% 수준으로 올린 뒤 최소한 2024년까지 긴축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다국적 은행 스탠다드차타드(SC)도 달러 지수가 4분기에 116.50∼117.00대로 오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현재 달러 지수가 112대인 만큼 4분기에 달러화 가치가 주요 통화 대비 4% 정도 추가 상승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것이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연준의 금리 인상 경로가 가격에 잘 반영될 경우 달러 지수 상승세가 둔화할 수 있다"면서도 "연준이 지금 당장 통화정책 기조를 완화적으로 빠르게 뒤집기를 원하지 않을 경우 상승세가 온전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이어 "달러 이외 통화가 연말 전까지 지속해서 반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특히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고수와 수출 감소가 중국 경제에 부담이 될 가능성을 지적하면서, 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 등 동북아시아 국가들이 동남아 국가들보다 통화가치를 지키기 어려울 것으로 봤다.
또 향후 중국·대만 간 긴장과 북한 핵실험을 둘러싼 불확실성으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될 가능성이 있으며, 위안화/달러 환율이 7.2위안을 넘어설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JP모건자산운용의 타이 후이 수석전략가는 최근 세계경제연구원 주최 행사에서 원/달러 환율에 대한 시장 전망치(컨센서스)는 3개월 내 1,400원 수준이라면서도, 연내 1,500원까지 오를 가능성도 거론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