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오늘은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경 글로벌마켓 컨퍼런스에서 나온 거물들의 발언부터 좀 살펴볼까요. 투자 아이디어 뿐 아니라 시장 자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메시지들도 나왔다고요.
<기자>
우선 전 보스턴 연은 총재인 에릭 로젠그렌의 진단부터 살펴보죠. 다소 도발적이고, 냉정하게 들릴 수도 있습니다. "지금의 미국은 경기 침체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미국에서 현재 6.2%에 달하는 인플레이션이 다시 한 번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우울한 전망과 함께, 이를 잡기 위해서는 결국 고용 시장에 충격이 불가피하다고 했습니다. 미국의 실업률이 5%까지 올라가는 약한 경기 침체가 미국의 경제를 정상화하는 데 필요할 것이라고 로젠그린은 봤습니다. 미국의 저소득, 그리고 중산층 노동자들의 상당수는 지금 인플레이션보다 임금 인상률이 더 낮은 상황이고,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겁니다.
현재 월가에서는 미국의 헤지펀드들을 중심으로 연준이 금리 인상을 중단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오고 있었는데, 이런 투자 아이디어에 대한 반박이 될 수 있겠죠. 공교롭게 오늘 시장에 공개된 닐 캐시캐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의 발언도 로젠그렌의 생각과 같은 선상에 있었습니다. 연준이 금리 인상을 멈출 때까지는 꽤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할 것이라는 말을 캐시캐리 총재 역시 했습니다. 연준의 정책 변화가 한동안 없을 것, 즉 'Fed Pivot'론에 대한 회의적 시각을 오늘 전현직 연준 인사들이 내놓았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세계 지정학적 요인과 관련해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지속 가능성, 그리고 러시아의 전술핵 사용 가능성이 언급되어 눈길을 끌었습니다. 현 칼라일 부회장이자 미 해군 4성 제독을 역임한 제임스 스타브리디스가 이번 컨퍼런스에서 남긴 발언이었는데요. 전쟁의 판도를 한 번에 바꿀 수 있는 전략핵은 아니더라도 러시아가 전술핵을 사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말이 그의 입에서 나온 점에서 무게감이 큽니다. 스타브리디스 부회장은 나토 총사령관으로 재임할 때 핵무기 코드를 실제 갖고 있던 인물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6개월에서 1년 가까이 지속될 수 있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일부 점령하고 한반도처럼 비무장지대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시각도 참고할 만한 부분입니다.
<앵커>
세계 자산 시장 관련해서는 어떤 의견들이 나왔습니까?
<기자>
오늘 콘퍼런스에서 청중을 구름처럼 몰고 다녔던던 인물들이 있습니다. 하워드 막스 오크트리캐피털 회장이었죠. 워런 버핏이 막스 회장의 투자 레터를 누구보다 먼저 읽는다고 밝힐 정도로 안목있는 투자 구루인데요. 하워드 막스 회장은 "지금은 채권 시장에 참여해야 한다"는 말을 이번 자리에서 남겼고요. 월가 자산운용업계, 바이사이드에서 이름이 높은 윤제성 뉴욕생명 CIO 역시 채권 시장 진입이 긍정적인 시점으로 보고, 미국 주식 시장은 신저점을 찍을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을 내놓았습니다. 운용의 특성상 주식을 보유해야 하는데, 현재는 돈을 잃지 않는 투자를 해야 하고 에너지와 헬스케어가 그런 전략에서 선호할 만한 섹터라는 조언도 남겼습니다.
사실 오늘 컨퍼런스 구성 자체가 흥미로웠었습니다. 셀 사이드와 바이 사이드의 시각을 함께 보여줬죠. 월가의 대표적인 강세론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톰 리 펀드스트랫 창업자도 오늘 셀 사이드의 대표 격으로 한경 콘퍼런스 연단에 섰습니다. 톰 리는 "결론적으로 지금은 투자자에게 있어서 나쁜 데이터를 넘어, '리스크 보상'을 보는 안목이 필요한 시기"라는 말을 남겼고요. 강세론자인 톰 리의 분석 가운데 하나 살펴볼 부분은 미국의 일부 상품 품목으로 인해 소비자물가지수CPI가 기대보다 하락할 가능성입니다. 지난해 미국 인플레이션의 절반 가량을 담당했던 것이 자동차 부문이었는데, 현장에서 실제 중고차 가격이 하락하는 데 비해 아직 CPI에는 이런 부분이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게 톰 리의 낙관론의 한 부분이었습니다.
또 세계 최대 헤지펀드 가운데 하나인 밀레니엄 매니지먼트의 부대표인 마이클 정은 콘퍼런스에서 "지수가 그대로라 하더라도 시장 순환이 이뤄진다면 투자 기회가 있다"며 "전통산업 분야가 다시 떠오르는 흐름이 있고, 여기에서 많은 기회를 보고 있다"고 말한 것도 참고할 수 있는 부분이 되겠습니다. 골드만삭스의 알렉스 지는 금리 인상기의 투자 대안에 대해 의견을 공유했고요. 미국 월가에서 성공한 한국계 거물을 직접 만날 수 있는 것도 이번 콘퍼런스가 가진 색다른 의미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앵커>
사실 한경 글로벌마켓 콘퍼런스,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상당히 호평 속에 진행이 됐죠. 어떤 부분들이 참석자들을 사로잡았습니까.
<기자>
월가의 전설들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 뿐 아니라 한국에서 할 수 없는 경험들로 콘퍼런스가 구성이 된 게 주효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하워드 막스 뿐 아니라 월가의 락스타로 불리는 조쉬 쿠쉬너와 같은 강연자들은 호텔을 쉽게 빠져나가기 어려울 정도로 사진 요청이 이어졌고요. VIP 초대가 아니면 들어갈 수 없는 뉴욕증권거래소, NYSE의 오프닝 벨을 참관하고 트레이딩 플로어도 직접 들어갈 수 있었고요. 미국 최대 미술품 경매업체인 뉴욕 크리스티로 향해 경매가 시작되기 전 입찰을 기다리는 미술품들을 직접 보고, '아트 테크'의 새로운 동향도 익히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말 그대로, 뉴욕에서만 가능한 콘퍼런스였습니다.
지금까지 뉴욕에서 한국경제TV 신인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