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단의 땅 '송현동', 110년 만에 시민 품으로 [뉴스+현장]

입력 2022-10-06 19:12
수정 2022-10-06 19:12
일제강점기부터 110년간 금단의 땅
4m 높은 담장 1.2m 돌담으로
서울광장의 3배 부지에 잔디광장
2025년부터 이건희기증관 조성


한 세기 넘게 담장에 둘러싸여 있던 금단의 땅,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가 시민 품으로 돌아온다.

경복궁과 북촌 사이에 위치한 송현동은 일제강점기 식산은행 사택, 해방 후 미군 장교 숙소 등으로 내줄 수 밖에 없던 아픔이 서린 곳이다.

서울시는 송현동 부지 전체를 열린 녹지 광장, 가칭 '송현문화공원'으로 단장해 내일(7일) 오후 5시30분부터 일반시민에게 임시개방한다고 6일 밝혔다. 임시개방에 맞춰 오세훈 시장 등 약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장식과 음악회를 겸한 '가을달빛송현' 행사도 열린다.

‘송현동 부지’는 37,117㎡로 서울광장(13,207㎡)의 약 3배에 달한다. 부지를 둘러싸고 있었던 4m 장벽은 1.2m의 돌담으로 낮아졌고 담장 안에 1만㎡의 중앙잔디광장이 조성됐다. 광장을 가로지르는 보행로를 따라 송현동을 둘러싼 청와대와 광화문광장, 인사동, 북촌 골목길로 이어지도록 설계됐다.

이번 개방은 2024년 12월까지 약 2년간의 임시 개방이다. 2025년부터는 가칭 이건희기증관 건립을 위해 다시 조성사업이 시작된다. 임시 개방기간 최소한의 시설물만 배치해 시민참여형 문화예술공간으로 적극 활용한다는 게 서울시의 방침이다.

이건희기증관을 포함한 공원 조성사업은 내년 상반기 국제현상공모를 통한 공간계획안 마련, 2025년 1월 착공을 목표로 한다. 2027년에는 이건희기증관과 공원을 동시 완공해 개장할 계획이다.

송현동에는 조선시대 왕족과 명문세도가들이 살았지만, 1910년 일제강점기 이후 식민자본인 조선식산은행 사택이 들어섰다. 광복 이후에는 미군정이 접수해 미군숙소로, 다시 주한미국대사관 직원숙소로 쓰였다. 90년 가까이 외세에 소유권을 빼앗기며 가슴 아픈 근현대사를 품고 있는 곳이다.

1997년 미국으로부터 부지를 매입한 삼성생명이 미술관을 건립하려했다가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고, 대한항공도 호텔 건립 등을 추진했으나 쓰임 없이 폐허로 방치됐다. 이후 서울시가 지난해 12월 대한항공, LH간 3자 매매교환방식으로 송현동 부지를 확보해 이번에 시민들에게 개방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