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최악의 인플레이션으로 고통받고 있는 가운데 물가가 오히려 오르길 기도했다는 미국 빅테크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발언이 유출되어 논란이다.
29일(현지시간) 미국 탐사보도 전문매체 더 인터셉트(The Intercept)는 "최근 윌리엄 미니(William Meaney) 아이언 마운틴 CEO가 월가 투자 행사에서 '인플레이션이 더 오르길 매일 춤을 추며 기도했다(Doing my inflation dance praying for inflation)'라는 발언을 남겼다"면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일부 기업들이 인플레이션을 핑계로 제품 가격을 올리고 더 큰 이익을 창출하는 재계의 더러운 비밀이 인정됐다"고 밝혔다.
아이언 마운틴은 미국 보스턴에 본사를 둔 데이터 저장 및 관리 기업으로 시가총액은 약 130억 달러에 달한다. 아이언 마운틴에 따르면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이 선정한 1,000대 기업 가운데 약 95% 이상이 회사의 고객으로 등록되어 있다.
더 인터셉트가 입수한 오디오에 따르면 윌리엄 미니 CEO는 지난 20일(현지시간) 월가 투자 행사에 참석해 코로나 사태 이후 고공 행진하고 있는 인플레이션이 회사에 상당한 도움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굉장히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회사가 높은 물가 상승률을 감안해 제품 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면서 "제품 가격이 상승하면서 회사의 매출도 상당히 늘어났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인플레이션이 일반 대중에게는 좋지 않을 수 있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큰 호재"라며 "우리 회사뿐만 아니라 페덱스, UPS도 제품 가격을 올리면서 인플레이션 부담을 소비자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페덱스는 지난 22일(현지시간) 내년 1월부터 일부 택배 요금을 평균 6.9% 인상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한 UPS도 지난해 11월 올해 배송료를 평균 5.9% 올릴 예정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면서 "물가 상승이 아이언 마운틴의 사업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매일 춤을 추며 기도했다"면서 "(인플레이션이 고공 행진하고 있는 만큼) '춤을 너무 잘 추지 말았어야 했는데'라는 생각이 들지만 이건 (대중들을 생각하는) 개인적인 마음에 불과하고 회사를 생각하는 마음은 전혀 다르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더 인터셉트는 윌리엄 미니 CEO가 지난 2018년 회사 실적 발표 당시에도 "나는 매일 출근할 때 인플레이션을 위해 기도한다. 이것은 일종의 기우제다. 인플레이션의 모든 지점은 우리의 수익구조를 향상시킨다"라는 발언을 남겼다며 이것이 일회성 발언이 아님을 지적했다.
한편 윌리엄 미니 CEO의 발언이 공개된 이후 미니가 경솔했다는 비판 여론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최근 40년 만에 미국을 강타한 최악의 인플레이션으로 대다수의 미국인이 큰 고통에 시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 서클잇(Circle IT)의 마케팅 대표 조 카라신(Joe Karasin)은 뉴욕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인터넷 소셜 미디어 게시글만 봐도 미국인들이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얼마나 고통 받고 있는지 알 수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을 위해 기도했다는 발언은 메시지 전달 차원에서 '음치(Tone-Deaf)' 수준에 가깝다"고 강조했다.
또한 "인플레이션이 고공 행진하면서 특히 중소기업이 큰 타격을 입고 있다"면서 "윌리엄 미니 CEO가 인플레이션을 완전히 엉뚱하게 진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더 인터셉트, 뉴욕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