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채권 거물 "영란은행 시장 개입이 더 심한 경착륙 초래할 것"

입력 2022-09-29 08:48


세계 최대 채권 운용사 핌코의 전 최고경영자(CEO)이자 알리안츠의 수석 경제고문 엘 에리언(El Erian)이 영국중앙은행(BOE)의 긴급 국채 매입 조치를 지적하고 나섰다.

28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에리언은 "BOE의 긴급 국채 매입 조치는 오늘날 각국 중앙은행들이 처한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면서 "중앙은행의 시장 개입이 더 심한 경기 경착륙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엘 에리언은 BOE를 포함한 각국 중앙은행이 아직도 양적완화(QE) 꿈나라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재작년 코로나 사태 이후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전 세계 중앙은행이 고강도 긴축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 부족하다는 의미다.

에리언은 "중앙은행들이 양적완화 '라라랜드(Lala Land·꿈나라)'에 더 오래 머무를수록 낮은 기준금리, 혼란스러운 시장, 우스운 시장 개입, 왜곡된 자산 배분 등에서 탈출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며 BOE의 긴급 국채 매입 조치가 시장을 더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음을 지적했다.

그는 이어 "당초 BOE는 인플레이션 해소를 위해 공격적인 금리인상을 통한 양적긴축(QT)에 나설 계획이었는데, 긴급 국채 매입 조치로 오히려 시장에 유동성을 주입하게 되었다"면서 "BOE가 시장 리스크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는 기존 계획과 전혀 상반된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에리언의 발언은 BOE가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긴급 국채 매입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힌 가운데 나왔다. 영국 당국의 감세 정책으로 파운드화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추락하는 등 시장이 혼란에 빠지자 급히 진화에 나선 것이다. 해당 조치로 BOE는 10월 14일까지 장기 국채를 하루 50억 파운드씩 총 650억 파운드를 매입하게 될 예정이다.

한편 엘 에리언은 BOE의 국채 매입 조치로 미국 증시가 단기적으로 혜택을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중앙은행의 시장 개입은 장기적으로 더 심한 경기 침체를 유발할 것이라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인플레이션 해소와 시장 안정이라는 갈림길에서 선택을 해야되는 순간이 찾아올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BOE의 최근 조치가 '시장의 취약성(Fragility of Markets)'을 그대로 보여줬다"면서 "중앙은행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되는 이유를 여실히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사진=CN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