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화성시가 사실상 비정규직인 임기제 공무원들에게 실효성 있는 성과 평가를 하겠다며 매주 실적 보고서와 함께 다음 주 업무계획서를 제출하라고 지시해 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28일 화성시에 따르면 인사과는 지난 7월 29일 '임기제 공무원 대상 주기적 근무 실적 관리계획'을 작성, 임기제 공무원들에게 하달했다.
이 실적 관리 계획에는 가급(5급 상당)부터 라급(8급 상당) 임기제 공무원 181명에게 한 주간 어떤 업무를 했는지 실적 보고서와 다음 주에 어떤 업무를 할 것인지 업무계획을 매주 부서장에게 제출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그간 임기제 공무원 실적 보고서는 계약 연장을 앞둔 상태에서 연 1차례 시행돼 왔다.
인사과는 이와 같은 실적 관리 계획을 시행하는 이유에 대해 "근무실적의 형식적 평가와 온정주의에 따른 근무 기간 연장을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놓고 임기제 공무원들 사이에선 일반 공무원은 분기별(3개월) 1회씩 실적 평가를 하면서 임기제는 주 1회씩 실적 평가하는 건 명백한 차별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임기제 공무원은 "같은 사무실에서 3년 넘게 함께 일한 동료들과 보이지 않는 벽이 생긴 것 같아 자괴감이 든다"며 "주 1회 혹은 월 1회씩 실적 보고서를 내면 대부분 그간 해 온 업무가 반복되는 내용이 담길 텐데 실적 평가 면에서도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인사과는 일각에서 근무 실적 보고서 제출 주기가 너무 짧다는 의견이 빗발치자, 이날 재차 임기제 공무원에게 공문을 보내 하위직인 다∼라급(7∼8급 상당)은 주기를 월 1회로 연장하되 가∼나급(5∼6급 상당)은 현행대로 주 1회 제출하라고 방침을 변경했다.
인사과 측은 이 같은 조치가 하위직의 경우 단순 반복 업무가 많은 편이라 주기를 월 단위로 연장해도 실적 평가하는 데 지장이 없어 연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논란이 퍼지자 화성시청 내부 익명게시판에는 신분 차별을 주장하는 임기제 공무원들의 비판 글도 잇따르고 있다.
익명의 한 작성자가 작성한 비판 글에는 "'이런 상황에서도 계속 다녀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힘이 쭉 빠지고 진짜 자존심 상합니다", "주간 평가는 진짜 좀 너무한 것 같다", "공문을 받고 눈을 의심했다", "노조 없는 게 이렇게 서럽다니" 등 실적 관리 계획에 대한 비판 댓글이 달렸다.
이에 대해 화성시 인사과 관계자는 "임기제 입장에서 보면 성과 관리를 너무 자주 한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며 "하지만 일반 공무원들에 대해 3개월에 한 번씩 성과 평가를 하는 것은 근평을 위한 것이고, 임기제는 계약 연장을 위한 목적이므로 엄연히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기제는 계약 연장 시 좀 더 명확한 근거를 통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어 이와 같은 계획을 마련한 것"이라며 "공무원 인사 관련 규정에도 임기제에 대해선 정해진 것보다 더 수시로 근무 실적을 평가할 수 있게 돼 있어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검토를 마쳤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