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21년간 관리해온 대우조선해양[042660] 매각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다음 민영화 대상이 국내 최대 선사인 HMM[011200]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산업은행 관리의 대표적 성공사례로 여겨지는 HMM은 최근 2년간 해운업 호황에 힘입어 분기마다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민영화 최적기를 맞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HMM은 최대 주주인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의 영구채 전환 문제가 있어 대우조선보다는 매각작업이 까다로울 수 있다.
하지만 HMM의 정상화를 이끌었던 해운업 호황이 끝나가는 분위기라 산업은행이 적기를 놓치지 않고 빠르게 매각에 나서리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2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HMM 주식은 전날보다 7.71% 오른 1만9천5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를 두고 대우조선에 이은 민영화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를 끌어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HMM은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각각 지분 20.7%, 19.96%를 보유한 공적자금 투입기업이다. 이날 종가 기준으로 두 최대 주주의 지분 가치는 3조6천억원이 넘는다.
과거 현대상선 시절 한진해운과 함께 국내 해운시장 1∼2위를 달렸던 HMM은 2010년대 해운시장에 닥친 극심한 불황 여파로 경영권이 현대그룹에서 산업은행으로 넘어갔고, 현재까지 산업은행의 관리를 받고 있다.
HMM은 2018년 정부의 '해운 재건 5개년 계획'을 통해 초대형 선박 20척(2만4천TEU 12척·1만6천TEU 8척. 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 발주를 지원받아 회생의 단초를 마련했고, 2020년 이후 코로나19에 따른 해운업 호황이 찾아오면서 부활에 성공했다.
2020년 2분기에는 21분기만에 흑자로 돌아섰고, 2020년 4분기 이후부터는 6분기 연속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현재까지 HMM이 기록한 최대 실적은 올해 1분기의 매출 4조9천187억원, 영업이익 3조1천486억원이다. 영업이익률만 64%로, 상장사 최고 수준이다.
HMM의 경영정상화가 계획대로 진행되면서 민영화 논의도 꾸준히 거론됐다.
특히 해진공이 속한 해양수산부 조승환 장관이 지난달 대통령 보고에서 HMM의 민영화를 공식화하고,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민영화 원칙을 재확인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하지만 HMM은 산업은행과 해진공이 보유한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정부 보유 지분이 70%까지 올라간다는 문제가 있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10조 원에 달하는데 이만한 자금력을 가진 기업이 국내에 흔치 않다는 것이 인수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투자은행(IB)업계 등에서는 현대차그룹이나 포스코그룹, SM그룹 등을 인수 후보권에 올려놓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아직 HMM 인수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고, 포스코그룹은 2020년 물류자회사 설립을 발표했다 해운업계의 반발로 계획을 백지화한 전력이 있다. SM그룹은 HMM 지분을 6% 넘게 보유하고 있지만, 자금력이 충분치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HMM의 민영화가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시각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영구채가 모두 주식으로 전환될 시 HMM의 몸집이 너무 커진다"며 "다만 해운업 호황이 끝나가고 있어 대우조선과 같은 빠른 매각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