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기재차관 "위기때 금 모으던 국민, 달러사재기 바빠"

입력 2022-09-26 11:12
"자국 통화 약세 베팅 너무 쉽게 열어준다" 비판


김용범 전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최근 원·달러 환율 오름세에 따른 '달러 사재기' 현상에 대해 쓴소리를 던졌다.

26일 관가에 따르면 김 전 차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일본과 우리나라를 비교해보면 일본은 단 한 차례도 금리를 인상하지 않아 미국과 금리 역전 현상이 극심한데도 엔화는 원화보다 약간 더 절하되는 데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기준금리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상단 기준으로 0.25%에서 3.25%로 3%포인트 올라갔다. 같은 기간 한국의 기준금리 인상 폭은 0.5%에서 2.5%로 2%포인트에 그치고 있다. 일본은행은 단기금리를 -0.1%로 동결 중이다.

지난해 연말 대비 이달 23일 종가로 보면 달러 대비 엔화의 절하율은 24.5%, 원화는 18.5%로 6%포인트 격차가 난다.

김 전 차관은 기준금리 조정폭과 비교해 달러 대비 엔화의 절하폭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데 대해 "기축통화로서 엔화의 저력과 대외 순자산이 우리보다 월등히 많은 일본의 사정도 작용하겠지만 내국인의 달러 사재기 규모에서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국면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달러를 사는 사람이 우리나라 사람들"이라며 "경제를 좀 안다는 사람들과 대화해보면 달러 사서 돈을 벌었다는 사람이 많다"고 꼬집었다.

그는 "1997년 외환위기 때 금을 모아서 나라를 구하자고 나섰던 국민들이 이번에는 한국물을 팔고 떠나는 외국인보다 더 맹렬한 기세로 달러를 사들이기에 바쁘다"면서 "외환 자유화 시대에 내국인이 해외자산에 투자하는 것은 자연스럽고 비난할 일도 아니지만, 지금과 같이 심리가 중요한 시기에 내국인이 제일 발 빠르게 자국 통화 약세에 베팅하는 길이 너무나도 쉽고 무제한으로 열려 있다는 것은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달러 사재기를 적절히 제한하지 않은 당국도 비판을 피해 가기 어렵다고 지적한 것이다.

김 전 차관은 "외환 자유화가 된 것은 맞지만 지금과 같은 때에는 당국이 외환 수급을 점검해보고 유출 요인을 최소화할 방법을 백방으로 찾아야 할 때"라면서 "그런 비장한 인식과 움직임이 있어야 내국인도 당국의 방어 능력을 믿고 달러 사재기를 자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987년 행정고시 30회로 공직에 입문한 김 전 차관은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기재부 제1차관을 거친 대표적인 금융·경제 정책통이다. 세계은행에서 5년간 선임 재무 전문가로서 재직한 그는 코로나19 경제위기를 국내에서 가장 먼저 예측한 국제금융전문가이기도 하다.

김 전 차관은 현재 블록체인 투자업체 해시드의 컨설팅·리서치 자회사인 해시드오픈리서치(HOR)의 대표로 재직 중이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