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에 대해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 때와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만 국책은행과 외국환평형기금을 동원해 기업의 선물환을 매입하는 등 달러 공급을 통해 환율 안정에 나설 것임을 예고했다.
추경호 부총리는 25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이같이 밝혔다.
추 부총리는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에는 우리나라 환율이 주요 통화국을 이탈해 급등했는데 이번에는 주요국 통화와 약세 현상이 거의 비슷하다"면서 "과거와는 확연히 다르다"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한국은 지금 세계 9위 수준의 외환보유액과 7,400억 달러 상당의 순대외금융자산을 갖고 있다"면서 "긴장은 계속 해야겠지만 과도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시장에 달러를 추가로 공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추 부총리는 "최근 들어선 원화가 다른 통화보다 더 빠르게 약세를 보이는 쏠림 현상이 나타나 시장안정조치를 하고 있고 여러 조치를 준비해놓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물환 매도 수요를 시중은행·국책은행이 소화할 수 있도록 하고 외평기금도 활용할 것"이라면서 "이런 방식으로 시중에 달러 공급을 확대하면 환율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평기금이란 외환시장이 불안할 때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개입하기 위해 조성·운용하는 기금을 의미한다.
외환보유액을 활용한 시장 개입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는 데 대해선 "외환보유고는 금고에 쌓아두라고 있는 게 아니라 이럴 때 시장안정조치하라고 있는 자금"이라면서 "외환보유고가 아직 많으므로 이런 부분을 활용해서 적절한 시장안정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통화 스와프 체결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한국이 시장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여러 대외건전성 장치를 갖고 있으므로 필요할 때 유동성공급장치를 활용하자는 것"이라면서 "미국도 상황을 좀 더 지켜보자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무역적자 상황에 대해선 "적자의 대부분이 에너지 가격 상승 때문에 나오고 있지만 그렇다고 무역적자가 경상적자로 바로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또 가계부채 문제가 굉장히 심각하다고 지적하면서 금리 인상으로 인해 대출자들이 금리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추 부총리는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국내 금리 인상 필요성에 대한 질문에 "이 두 가지를 어떻게 조화시켜 나가느냐에 심각한 고민 지점이 있다"며 "물가를 잡고 환율을 안정시키려면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지만, 경기와 대출자에 대한 부담이 커지는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너무 커지면 외환시장과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고, 그걸 가파르게 쫓아가자니 국내 경기 문제나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여러 대출자들이 금리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서는 "굉장히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세계 최고 수준이고, 부채 증가 속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여섯 배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만 금리 인상 속도나 수준 등은 중앙은행의 고유 권한이고, 환율이나 내외 금리차, 가계부채, 경기 등 복합적 변수 속에서 복잡한 방정식을 잘 풀어가리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추 부총리는 앞서 제시했던 '10월 물가정점론'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봤다.
그는 "국제유가나 국제 원자재 가격이 하향 추세를 나타내고 있고, 장마나 태풍을 거치며 농산물 가격도 안정될 듯하다"며 "최근 환율 급등에 따른 물가 부담이 다소 있긴 하지만 큰 흐름으로 보면 그렇게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후부터는 물가가 서서히 조금씩 내려가겠지만, 내려가는 속도는 굉장히 완만하다 보니 높은 수준 물가는 일정,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