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가 사실혼 및 동거 가구를 법적 가족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24일 국민의힘 정경희 의원실에 따르면 의원실이 최근 가족의 법적 정의를 삭제하는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묻자 여가부는 "현행 유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 등이 2020년 11월 발의한 해당 법안은 가족의 형태와 규모가 달라짐에 따라 '혼인·혈연·입양으로 이뤄진 단위'로 가족을 규정하는 조항을 삭제, 가족 정의를 확대하고 '건강가정'이라는 용어를 '가족'으로 수정하는 내용이 골자다.
여가부는 지난해 4월 비혼 동거 커플이나 아동학대 등으로 인한 위탁가족도 법률상 '가족'으로 인정하는 내용의 4차 건강가정기본계획(2021∼2025년)을 발표한 바 있다. 가족을 좁게 정의하는 법 조항을 삭제하고 가족형태에 따른 차별 방지 근거를 신설하겠다는 취지다.
그런데 여가부는 정 의원실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이 조항을 그대로 둬야 한다고 밝혔다. 새 정부가 들어선 뒤 입장을 바꾼 것이다. 여가부는 "국가의 보호·지원 대상을 법에서 규정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건강가정'이란 용어에 대해서도 여가부는 달라진 의견을 제출했다.
여가부는 지난해에는 건강가정기본법의 '건강가정'이라는 용어도 가치중립적인 용어로 변경하겠다고 했다.
'건강가정'이라는 용어가 혼인, 혈연으로 이뤄진 가족 형태만 건강하다는 인식을 줄 수 있어 차별적이고, '건강가정'과 상반되는 '건강하지 않은 가정'이라는 개념을 도출시킨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의견을 반영한 결과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건강가정' 용어는 추구하고자 하는 정책적 목표를 나타내며 '가정', '가족' 용어가 실생활과 법률에서도 혼용되므로 현행 유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처럼 여가부의 입장이 뒤바뀌면서 여성계를 중심으로 반발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여성계와 진보단체는 달라진 세태를 반영해 1인가구, 동거가족, 위탁가족, 동성부부 등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인정하고, 관련법률에서도 차별적 조항을 폐지 또는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여가부는 이에 대해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여가부는 법적 가족 개념 정의에 대한 소모적 논쟁이 아니라 실질적 지원에 방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여가부는 "사실혼·동거가족을 정책적 대상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가 전혀 아니다"라며 "오히려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안으로 인한 소모적 논쟁을 지양하고, 가족 형태가 급속하게 바뀌는 사회환경 변화를 고려해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도록 실질적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여가부는 "사실혼 등 다양한 가족 형태를 건강가정기본법에 규정하는 것은 사회적 합의를 기반으로 지속해서 검토해나갈 예정이다"라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