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로 서류를 꾸며 59억원의 기업 대출금을 가로챈 저축은행 전 직원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인천지법 형사14부(류경진 부장판사)는 23일 선고 공판에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모아저축은행 전 직원 A(34)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신용을 중시하는 금융기관에서 큰 자금을 관리하는 역할을 담당하면서 상당 기간에 걸쳐서 여러 차례 많은 돈을 출금해서 사용했다"며 "자금이 사용처는 대부분 도박이나 본인 투자금 등으로 원상 복구할 길이 없어 죄질이 무겁다"고 판단했다.
이어 "모아저축은행 임직원들도 피고인의 엄벌을 탄원하고 있으며 죄책이 무거워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면서도 "형사 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고 범죄 사실을 뉘우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앞서 검찰은 지난 6월 열린 결심 공판에서 "피고인은 적극적으로 서류를 위조해 죄질이 좋지 않은데다 차명계좌로 범죄수익을 은닉하기까지 했다"며 징역 9년을 구형했다.
A씨는 지난해 10월 8일부터 올해 1월 6일까지 인천시 미추홀구에 있는 모아저축은행 본점에서 근무하면서 기업용 대출금인 은행 자금 58억9천만원을 가로챈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범행 당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업무를 맡은 그는 기업이 은행에 약정 대출금을 요청하는 것처럼 허위로 서류를 꾸며 은행 자금을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약정 대출은 첫 계약 때 전체 대출금의 규모를 정한 뒤 기업이 필요할 때마다 수시로 은행에 요청해 한도 내에서 돈을 빌리는 방식이다.
A씨는 대출금 요청 서류에 자신의 계좌번호가 아닌 여동생 B씨의 계좌번호를 썼고, B씨는 입금된 대출금을 오빠의 계좌로 이체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빼돌린 대출금은 다 썼다"며 "그 돈으로 도박을 했다"고 진술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