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공정거래위원회와 배달앱 3사 대표들의 오늘 만남, 어떻게 봐야 할지, 앞으로 어디에 주목해야 할지 자세히 살펴봅니다. 유통산업부 박승완 기자 나와있습니다. 박 기자, 한 위원장의 첫 대외 일정, 배달앱 3사와의 만남이군요?
<기자>
'디지털 경제'에 나타난 새로운 불공정을 해결하겠다는 신임 공정위원장. 먼저 배달앱 대표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취임사(9/16)에서도 "온라인 플랫폼과 입점업체와의 갈등을 균형감 있게 풀어나갈 것"이라고 말했었죠. 네이버나 카카오 등 IT공룡부터 시작해서 쿠팡이나 SSG닷컴, 컬리 등 대형 이커머스,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쿠팡이츠 등 배달앱까지 대다수 플랫폼이 대상입니다. 여러 업종들 가운데 첫 타깃으로 배달앱들을 지목한 셈이죠. 이유를 묻는 현장 기자들 질문에 "서민 생활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부분이 배달앱이라 생각했다"고 답했습니다.
배달앱은 음식점과 소비자, 배달기사 등 수많은 사람들의 얽혀있는 플랫폼입니다. 윤석열 정부의 '디지털 플랫폼 자율규제'가 성공할지는 배달앱들에게 걸려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은 이유입니다. 현 정부의 '플랫폼 자율규제'는 스스로 지켜야 할 규율을 만들고 이에 따르자는 게 핵심입니다. 플랫폼 기업들과 소상공인, 소비자들이 모여서 의견을 나누고 여러 이슈들을 해결하자는 취지죠.
<앵커>
'자율 규제'라, 자율 학습과 비슷한 개념으로 이해하면 되겠군요. 그런데 규제는 왜 하겠다는 겁니까?
<기자>
지금이 '소상공인과 서민들의 고충이 커지는 시점'이라는 이유입니다. 역사적인 고물가·고금리 때문에 '소비 심리 위축 우려'가 있다는 거죠. 이를 방지하려면 배달앱을 이용하는 자영업자들과 소비자들의 부담을 줄여주는 노력이 절실하다는 게 공정위 판단입니다. 어려운 시기인 만큼 상생을 통해 함께 헤쳐나가자는 뜻이죠.
급성장한 배달앱 시장도 주목할 부분입니다. 공정위 자료에 따르면 배달앱 3사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3천만 명에 달합니다. 국내 음식점 세 곳 중 하나가 배달앱으로 주문을 받고, 치킨집의 85%가 이용 중이라 하고요. 약 5만 명의 배달기사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의견이 충돌하는 만큼 이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는 거죠.
<앵커>
대화를 통해 규제나 규칙 같은 것들을 스스로 만들어서 상생을 하자는 취지인가 보군요. 과연 실제로 가능할지는 의문입니다?
<기자>
야당을 중심으로 '실효성이 낮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꾸준히 불거져 온 플랫폼 기업의 독점이나 갑질, 불공정거래 관행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인데요. 이에 민주당은 법제화(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를 통한 규제를 주장합니다. '자율 규제'만을 가지고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배달앱들을 제제할 수 있겠느냐는 거죠.
실제로 올해 초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는 나란히 수수료와 배달비를 올렸습니다. 배민과 요기요, 쿠팡이츠의 시장 점유율은 97%에 달해 점주들이나 소비자들이나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었죠. 이러한 막무가내식 수수료 인상을 방지하고자 내놓은 카드가 '자율 규제'입니다. 자영업자 건, 소비자 건 현재의 수수료와 배달비가 지나치게 높다는 분위기인 만큼 정부 정책이 통할지는 수수료를 보고 가늠할 수 있다는 뜻이죠.
<앵커>
배달 플랫폼 입장에선 법제화는 피했지만 대신 자율 규제를 받아 쥔 거로군요. 배달앱 반응은 어땠습니까?
<기자>
현장에선 "거래 관계에서의 투명성"(김범준 우아한형제들 대표)을 약속하고,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서성원 위대한상상 대표)하겠다고 화답했습니다. 다만 속내는 모두가 난감한 입장에 처했는데요. 당장 배민과 쿠팡이츠는 조만간 포장 주문에 대해서도 수수료를 매길 계획이었기 때문입니다. 앞서 양 사는 '외식물가 인상 주범'이란 비난 여론에 포장 주문 무료 프로모션을 올 연말까지 미루기로 결정한 바 있죠.
유일하게 포장 수수료를 받고 있는 요기요는 다른 의미에서 난처한 상황입니다. 2015년 8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요기요는 점주들에게 음식값의 12.5%를 받아 왔습니다. 이 몫을 할인 쿠폰으로 되돌려주며 소비자 몰이에도 한창이죠. '자율 규제'에 '상생'까지 약속한 마당에 본인들만 수수료를 계속 챙기는 건 부담이 아닐 수 없겠죠.
배달앱들이 포장수수료를 챙기려는 이유는 배달앱 사용자들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3월 최고치를 찍은 월간활성이용자 수는 감소세에 있습니다. 같은 기간 결제 금액도 20% 넘게 줄어들었고요.(3월 2조 3,500억 원, 6월 1조 8,700억 원, 21% 감소, 와이즈앱) 시장 성장세가 고점을 찍은 게 아닐까 걱정인 가운데 추가 수입원이 필요하기에 꺼내 든 카드죠.
<앵커>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내가 포장해 가는 음식에도 배달앱이 수수료를 받는 게 억울할 수도 있겠습니다. 수수료 인하는 가능할까요?
<기자>
배달앱들은 포장 주문도 서비스의 한 종류이므로 이용료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소비자와 식당을 연결하려면 서버나 시스템 등 관리에 비용이 필요하다는 논리죠. 형평성도 이유로 제기되는데요. 포장 주문만 받는 점주들은 사실상 플랫폼을 무료로 이용하게 돼 배달만 받는 점주들이 차별에 놓인다는 설명입니다.
그동안 소비자 확보 위해 단건배달이나 퀵커머스 등으로 출혈경쟁을 벌여오던 배달앱들이 진퇴양난에 빠진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와중에 신한은행의 '땡겨요'가 저가 공세로 급성장 중이고요. 네이버가 배달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도 업계로선 촉각을 곤두세우는 대목이죠. 계속되는 치킨게임에 실적 개선이 더뎌지는 사이 수수료 인하는커녕 추가 부과를 할 수나 있을지 배달앱들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입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