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국의 강력한 긴축 신호에 국내 금융시장은 크게 휘청였습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하고 주식·채권이 동반 하락하는 '긴축발작'이 재현된 건데요.
연준의 3연속 자이언트 스텝에 한미간 금리가 재역전되면서 한국은행의 추가 '빅스텝' 가능성도 더 커지게 됐습니다.
전민정 기자입니다.
<기자>
미국발 금리폭탄이 주는 충격은 컸습니다.
미 연준이 세차례 자이언트 스텝에 나서자 한국의 주식과 원화, 채권 가격이 동반 하락하는 '트리플 약세'가 나타났습니다.
코스피는 전날보다 14.90포인트 하락한 2,332에 거래를 마쳤고, 원·달러 환율은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3년 6개월만에 1,400원선이 뚫렸습니다.
채권시장도 크게 출렁였습니다. 3년만기 국고채 금리는 11년 7개월만에 처음으로 4%대를 넘어 10년물 금리와 역전되는 모습을 보이며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를 키웠습니다.
2013년에 벤 버냉키 당시 연준 의장이 처음으로 양적 완화 축소, 테이퍼링를 시사한 뒤 신흥국의 통화가치와 주가, 채권값이 대폭락하는 '긴축 발작'의 악몽이 재현된 겁니다.
국내 금융시장이 요동치자 정부도 분주하게 대응했습니다.
더 이상 구두개입만이 아닌, 국민연금과 한국은행간 통화스와프 재개, 세계국채지수 관찰대상국 편입, 개인 투자용 국채 도입과 같은 전방위적인 시장안정조치까지 예고했습니다.
[추경호 /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기재부와 한은, 금융위, 금감원 등 경제팀은 긴밀한 공조 하에 넓고 긴 시계를 견지하며 현 상황에 대응해가겠습니다. 단기간 내 변동성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관리해나가는 한편 내년 이후의 흐름까지도 염두에 두고 최적의 정책 조합을 모색하겠습니다.]
한국은행도 다음달 기준금리를 한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 초읽기에 들어갔습니다.
이미 0.75%포인트까지 벌어진 한미간 금리차가 좁혀지지 않고 금리역전 현상이 이어질 경우 고공행진 중인 환율을 더 끌어올리고 자본유출 위험도 커질 수 있다는 부담감 때문입니다.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0.25%p씩 점진적으로 인상하겠다던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결국 입장을 바꿨습니다.
[이창용 / 한국은행 총재 : 당초 미국의 기준금리가 4%대에서 안정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는데, 전날 파월 의장의 발언 이후 많이 바뀌었습니다. 다음 금융통화위원회까지 2~3주 시간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전제조건의 변화가 국내물가와 성장흐름, 외환시장에 주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한 뒤 기준금리 인상 폭, 시기 등을 결정해 나갈 것입니다.]
한은은 환율상승에 금리까지 다시 가파르게 오르면 한계기업 비중은 20%까지 늘어날 것이라며 기업여신 심사와 비은행금융기관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한국경제TV 전민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