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산·DB하이텍 물적분할 움직임…소액주주들 공동행동

입력 2022-09-20 07:10


DB하이텍이 반도체 설계사업 분사를 검토한다는 소식에 이어 풍산이 방산사업 물적분할을 공시하면서 기업의 물적분할에 대한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다시 거세지고 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풍산은 물적분할을 발표한 이달 7일 이후 19일까지 주가가 13.5% 떨어졌다. DB하이텍은 지난 7월 분할을 검토한다고 공시한 이후 주가가 13.3% 하락했다.

풍산은 이달 7일 경영의 효율성을 강화하기 위해 방산사업 물적분할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존속법인은 신동 부문에 집중한다. 앞서 DB하이텍은 7월 시스템 반도체 제조를 담당하는 파운드리 사업부와 설계(팹리스)를 담당하는 사업부의 분사를 검토한다고 공시했다.

투자자들은 올해 초 LG에너지솔루션 상장 때처럼 이들 기업이 물적분할하는 과정에서 소액주주의 주주가치가 훼손될 가능성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

물적분할은 모회사가 사업부 일부를 떼어 내 새 회사를 만들고, 신설회사의 지분을 100% 소유하는 기업 분할 형태다. 이론적으로는 신설회사가 기존회사의 100% 자회사가 되는 것이어서 기업가치에 변화가 없다.

그러나 성장성이 높은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하고, 자회사를 상장하면 지주회사인 모회사의 가치가 저평가되는 '지주사 디스카운트' 현상으로 기존 주주 가치가 희석되는 문제가 생긴다.

금융위는 이달 4일 상장 기업의 주주가 물적 분할에 반대하는 경우 기업에 주식을 매수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일반주주 권익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이들 기업은 금융위의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을 앞두고 기습적으로 물적분할에 나서는 꼼수를 부렸다는 비판도 받는다. 특히 풍산은 이 방안이 나오고 난 3일 후인 7일 방산사업 물적분할을 결의했다고 공시했다.

김규식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풍산은 물적분할을 발표하면서 금융위원회가 최근 내놓은 주주보호 방안에 대한 검토사항을 같이 제시했어야 했다"며 "소통 노력 없이 기습적으로 분할을 발표한 것은 주주들을 무시하고 욕보인 처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풍산이 지금은 물적분할하는 풍산디펜스를 상장하지 않겠다고 하지만, 그 방침을 공시한 것도 아니어서 믿기 어렵다"며 "지배구조를 단순화하지 않고 물적분할로 중간지주회사를 만드는 것은 지배주주의 사익 도모를 위한 의도가 들어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DB하이텍에 대해서도 "회사의 설명대로 사업부 간 이해 충돌을 막기 위해서는 회계상으로도 지배 구조상으로도 물적분할보다 인적분할을 하는 것이 맞다"며 "일반 주주 이익을 침해하는 기업 거버넌스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를 해소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DB하이텍, 풍산, 한국조선해양 소액주주들은 최근 '물적분할 반대 주주연합'을 결성하고 공동 행동에 나섰다.

풍산 소액주주 연대는 이달 16일 풍산 본사에 10월 31일 임시주주총회에 상정할 주주제안을 제출했다. 소액주주 연대는 "풍산 투자자 대부분은 방산 부문 성장 가능성을 보고 투자했는데 방산 부문만 따로 떼어낸다면 기존 주주 가치 훼손이 불가피하다"면서 물적분할이 아니라 인적분할을 할 것을 제안했다.

DB하이텍 주주들은 주주 결집을 위해 지난달 23일 법원에 회사를 상대로 주주명부 열람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김 회장은 "근본적으로는 이사의 충실 의무에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추가하는 상법 개정안 통과가 필요하다"며 "개정안이 통과되면 소액 주주가 기업에 맞서 싸울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생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