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에서 20대 여성이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끌려갔다가 숨진 사건을 둘러싸고 여성의 자유 증진과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시위가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 로이터통신, 이란 인터내셔널 방송 등에 따르면 22세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16일 사망한 뒤 이튿날부터 수도 테헤란을 포함해 최소 4개 도시에서 시위가 발생했다.
항의 시위는 17일 아미니의 고향인 북서부 쿠르디스탄주 사케즈에서 가장 먼저 일어났다.
시위에 참석한 여성들은 착용이 의무화된 히잡을 벗어 손에 들고 흔들었다.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향해 "독재자에게 죽음을"이라고 외치는 사람도 있었다.
이란 인터내셔널은 경찰이 산탄총과 최루탄으로 시위대를 공격해 40명가량이 다쳤고 2명은 위독한 상태라고 전했다.
18일에는 쿠르디스탄주 주도 사난다지에서 시위가 이어졌다.
경찰은 산탄총과 물대포를 동원해 시위대 해산을 시도했다. 진압 과정에서 최소 10명이 다치고 12명 이상이 경찰에 붙잡혔다.
16일 숨진 마흐사 아미니(22)의 고향 북서부 쿠르디스탄주 사케즈 시위 모습
16일 숨진 마흐사 아미니(22)의 고향 북서부 쿠르디스탄주 사케즈 시위 모습
[네가르 모르타자비 '이란 팟캐스트' 기자 트위터 계정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같은 날 수도 테헤란의 테헤란 대학에서도 학생 수십 명이 시위에 나섰다.
학생들은 "쿠르디스탄에서부터 테헤란까지 이란이 피를 흘리고 있다"는 구호를 외쳤다.
일부 학생은 '여성, 생명, 자유', '나는 죽고 싶지 않다' 등의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행진했다.
테헤란에서 자동차로 약 30분 거리에 있는 알보르즈주 카라즈에서도 시위가 있었다.
온라인상에서도 아미니의 죽음에 반발하는 움직임이 일었다.
여성들은 히잡을 벗어 태우거나 자신의 머리카락을 자르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소셜미디어(SNS) 계정에 공개했다.
이란 정부는 시위가 격화되자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은 18일 아미니 유족과의 통화에서 철저한 진상조사를 지시했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란 반관영 파르스 통신을 인용해 이란 경찰이 "아미니의 죽음은 불행한 사건이며, 우리는 이 같은 일이 반복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아미니는 13일 테헤란에 있는 친척 집에 방문했다가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붙잡혔다. 유족은 아미니가 경찰차에 실려 구치소로 끌려가던 중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조사과정에서 폭력을 쓴 적이 없고 심장마비로 숨진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으나, 유족은 아미니가 평소 심장질환을 앓은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