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국내 최대 음료 제조사이자 하이트진로와 더불어 주류 업계를 이끌고 있는 롯데칠성음료가 소주 신제품을 내놨습니다. 최근 '제로 탄산음료' 열풍을 소주에도 적용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 공략에 나서겠단 포부입니다.
유통산업부 박승완 기자와 롯데칠성음료 상황과 주가 전망까지 짚어봅니다. 박 기자, 롯데칠성음료의 신제품은 오랜만이죠?
<기자>
롯데칠성음료는 내일(14일) 신제품 '처음처럼 새로'를 공개합니다. 2006년 출시된 '처음처럼' 이후 16년 만인데요. 지난 2월과 6월 처음처럼에 새로운 디자인을 입힌데 연이은 건데, 올해 사업전략 중 '소주 경쟁력 강화'의 최종 단계인 셈입니다.
그동안 신제품이 없었다는 말에 '순하리'나 '별빛청하', '대장부' 등을 기억하시는 분들은 의아하실 겁니다. 엄밀히 말하면 '희석식 소주'에 한해서입니다. 주세법상 순하리는 리큐어, 별빛청하는 청주, 대장부는 소주이지만 증류식으로 만들었기 때문이죠.
<앵커>
사이사이 다른 종류의 신제품이나 컬래버 제품은 있었지만 '희석식 소주'로는 처음이란 뜻이군요. 증류식과 희석식, 어떻게 다른 거죠?
<기자>
전통적인 소주는 증류식입니다. 쌀이나 보리 등의 곡물로 술을 담가서 익힌 다음 끓이는 방식인데요. 소주의 한자 역시 '불사를 소(燒)'를 쓰죠.
술을 끓이면 물보다 알코올이 먼저 증발하는 데 이를 모으면 증류식 소주가 됩니다. 이 과정을 한두 번 반복하다 보니 원료 맛이 많이 남아 있는 게 강점이고요. 재료에 비해 얻어지는 양이 적은 건 단점이었습니다.
때문에 등장한 게 희석식 소주입니다. 일단 쌀보다 값싼 농작물을 재료로 쓰는데요. 이것을 반복해 끓여 에탄올 함량이 95%가 넘는 주정을 얻어냅니다.
주정을 가져다 마시기에 적당하도록 주정에 물을 타서 농도를 낮춰 희석시키면 우리가 흔히 마시는 초록병 소주가 됩니다. 여러 번 끓이는 과정에서 원재료의 풍미는 대부분 날아가기 때문에 첨가물을 넣는데요. 단맛을 내는 액상과당이 대표적인데, '새로'는 이걸 뺐다고 합니다.
<앵커>
시중에 나와 있는 대부분의 소주에 과당이 들어가는 걸로 따지면 이색적이긴 합니다. 그럼 단맛을 내는 재료는 아예 없는 건가요?
<기자>
대신해 선택한 게 에리스리톨입니다. 대표적인 설탕 대체재인데요. 설탕과 가장 유사한 맛을 내는 데다 열량과 혈당지수 모두 0에 가까운 성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롯데칠성음료는 신제품이 '제로 슈거'임을 강조합니다. MZ세대의 새로운 음주 문화인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 즉 즐겁게 건강 관리를 하자는 성향을 겨냥한 건데요. 소주 소비량이 늘어나는 겨울철을 앞두고 신제품을 공개한 점도 주목할 부분입니다.
<앵커>
롯데칠성은 이미 제로 탄산 시장에서 몸집을 키우고 있죠. 음료에서 성공한 '제로'를 주류에도 시도해 보겠다는 뜻이군요?
<기자>
올해 롯데칠성음료의 제로 탄산 시장 점유율은 50.2%로 예상됩니다. 시장 진출 1년 만의 성과인데요. 이전까지는 사실상 코카콜라의 독무대였죠.
LG생활건강은 2017년 자회사 코카콜라음료를 통해 '코카콜라 제로슈거'를 선보인 바 있죠. 롯데칠성은 지난해(2021년) 2월 '칠성사이다 제로'와 '펩시 제로' 등으로 반격에 나섰는데요. 출시 직후 롯데칠성음료는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으며 시장 우위에 올랐습니다.
이에 힘입어 '제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전체 탄산 시장에서의 영향력도 더해가는 모습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국내 음료업계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데요. 이는 실적 호조로 이어졌는데 롯데칠성음료 2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40% 증가했습니다.(39.9% 증가, 637억 원)
<앵커>
주류 사업으로 돌아가보죠. 소주 신제품은 결국 하이트진로를 겨냥한 거 아닙니까?
<기자>
롯데칠성의 사업 부문은 음료와 주류로 나누어져 있는데요. 올해 상반기 기준 매출 비중은 7대 3 수준입니다.(음료 71.2%, 주류 28.8%) 2017년 이후 영업적자를 기록했던 주류부문은 지난해 흑자 전환(245억 원)에 성공했습니다.
다만 하이트진로의 벽이 높은 건 사실입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의 소주 시장 점유율은 각각 60%와 14% 수준입니다. 기존 희석식 소주 중심에서 박재범 소주로 알려진 '원소주'나 편의점 CU의 '빛24' 등 증류주 제품들로 소비자 취향이 다양해진 만큼 신제품으로 시장 지배력을 높이겠다는 의도죠.
실제로 '처음처럼' 출시 이후 롯데칠성의 소주 점유율은 20% 가까이 오른 바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브랜드의 신선함이 떨어지고, 일본 불매운동에 휩쓸리며 영향력을 내줬는데요. 그사이 '진로이즈백'의 성공은 롯데칠성과 1위 하이트진로의 격차를 더욱 벌어지게 했습니다.
<앵커>
편의점이나 마트에 가면 소주뿐 아니라 각종 수제 맥주에 와인까지 그야말로 무한 경쟁이란 말이 와닿는 상황입니다. 주가 전망은 어떻습니까?
<기자>
소주 신제품에 달렸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판매 성과는 물론 점유율이 어떻게 변할지에 주목해야 한다는 게 증권가 분석인데요. 키움증권은 "오는 4분기 중의 월별 판매량 변화가 향후 점유율 방향성에 중요한 시그널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지난 6월 이후 내림세를 보이던 롯데칠성음료 주가는 9월 초 바닥을 찍고 반등세에 있습니다. NICE신용평가는 하반기 '양호한 영업이익창출력이 지속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는데요. "주류부문의 실적이 회복되는 가운데, 음료 부문의 우수한 시장지위"를 근거로 들었습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