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B형간염 유병률은 과거에 비해 줄어드는 추세이지만, 여전히 간세포암(간암) 발생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다.
6개월 이상 B형 간염 바이러스에 지속 감염된 만성 감염자의 20% 정도는 간경변으로 진행하며, 간경변 환자는 매년 2~7%가 간암으로 발전한다. 또한 B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는 정상인에 비해 간암 발생 위험도가 약 100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B형간염에 걸린 뒤 완치(표면항원이 소실되는 기능적 완치)되더라도 일부 환자는 여전히 간암에 걸릴 수 있는데, 국내 연구팀이 발생도 예측 모델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가톨릭대학교 소화기내과 서울성모병원 장정원(교신저자), 은평성모병원 양현(제1저자) 교수 연구팀 성과다.
연구팀은 가톨릭중앙의료원 산하 병원에서 추적된 총 1,443 명의 B형간염 표면항원이 소실된 만성 B형간염 환자들을 대상으로, 최장 30년 추적 관찰했다(대규모-장기 코호트 이용).
그 결과, ▲B형간염 표면항원 소실 당시의 나이 ▲간경변증 유무 ▲남성은 하루 2잔, 여성은 하루 1잔 초과되는 음주량 ▲간세포암의 가족력이 간암 발생 위험인자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해당 위험인자를 이용해 간세포암 발생 위험도 예측 모델을 개발했고, 시간-의존 ROC 곡선 평가로 5년, 10년, 15년의 예측도가 각각 0.799, 0.835, 0.817로 우수함을 보고하였다. ROC 곡선 영역이 0.8 이상인 경우 우수한 성능의 예측모델로 평가된다. 또한 예측의 정확성을 확인하는 내부검증(internal validation)에서도 유효함을 확인했다.
양현 교수는 "이번 연구는 B형간염 완치 후에도 간암 발생이 일어날 수 있으며, 어떤 환자들을 더 중점적으로 면밀히 추적 관찰해야 하는 지 밝혀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며 "B형간염 완치 후에도 간경변증이 이미 있거나, 간암 가족력이 있는 경우, 음주량이 많은 경우나, 고령인 경우에는 반드시 간암 감시검사를 놓치지 않고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장정원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개발한 모델은 B형 간염 완치 후에 간암 위험도에 대한 세계최초의 예측모델"이라며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 쉽게 얻을 수 있는 환자의 건강정보를 이용한 이번 모델이, 향후 B형 간염에서 완치된 환자들의 적정 임상 관리방법에 대한 가이드 개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간장학 저널(Journal of Hepatology)’ 9월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