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카셀대 평화의 소녀상 철거되나…"일본 정부 요구"

입력 2022-09-11 18:52


독일 카셀 주립대학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이 설치된 지 두 달 만에 철거될 위기에 놓였다.

11일 정의기억연대에 따르면 카셀대 총장은 최근 총학생회 측에 소녀상을 9월 말까지 철거하라고 통보했다. 총학생회가 이에 반발하자 총장은 다음 학기 시작 전까지 소녀상을 철거하라고 다시 통보한 상황이라고 정의연은 전했다.

정의연은 총장의 철거 통보 배경에 일본 정부의 지속적 철거 요구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정부는 올해 7월 카셀대에 소녀상이 세워진 이래로 총장에게 지속해서 철거를 요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연은 현지 시각 10일 소녀상 후원자 명판을 전달하기 위해 카셀대를 찾았다가 이 같은 상황을 파악했다.

카셀대 총학생회는 정의연에 "힘들더라도 소녀상을 계속 지키겠지만, 학생회가 1년 단위로 바뀌는 만큼 다음 학생회의 의지도 중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명판 전달식은 예정대로 진행됐다.

정의연 측은 10일 토비아스 슈누어 총학생회장에게 '독일 평화의 소녀상 활동'을 지지하는 2천607명의 이름이 새겨진 명판을 전달했다.

전달식에는 평화의 소녀상을 제작한 조각가 부부 김운성·김서경 작가를 비롯해 독일인과 현지 한인 총 50여명이 참석했다.

카셀대 평화의 소녀상은 독일 대학 캠퍼스에 처음으로 설치된 소녀상이다. 독일 공공부지로는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에 이어 두 번째 사례다.

카셀대 총학생회는 올해 초 베를린에 평화의 소녀상을 세운 재독 시민사회단체 코리아협의회에 연락해 대학 캠퍼스 내에 소녀상을 세우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이후 김운성·김서경 작가가 평화의 소녀상을 기증했고, 7월 총학생회 본관 앞에 한국에서 공수된 소녀상이 들어섰다. 운송 비용은 시민 모금으로 충당했다.

정의연은 7월부터 두 달간 독일 내 소녀상 전시·설치·영구존치 등을 위한 모금 활동을 벌여왔다.

명판 전달식에 참석한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일본 정부의 방해에도 굴하지 않고 소녀상 설치를 통해 평화와 인권을 실천하고자 하는 전 세계 시민들의 의지가 굳세다"며 "앞으로 더 많은 곳에 소녀상을 세우고 지켜 전쟁과 성폭력에 저항하는 이들과 연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