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성수동, 청담동, 한남동 등 젊은 층에 인기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앱이나 SNS로만 예약받는 가게가 늘면서 소외감을 호소하는 중장년층이 늘고 있다.
서울 도봉구에 사는 송란숙(52) 씨는 얼마 전 코로나19 완치 기념으로 지인들과 오마카세('셰프 특선요리'를 뜻하는 일본어) 집에 가려다 난감한 상황을 맞닥뜨렸다. 앱으로만 예약이 가능했던 것이다. 송씨는 "결국 대학생 딸이 예약해줘 어렵게 갔는데, 셰프가 어떻게 예약했냐고 물어보더라"며 "나이 든 사람들에겐 앱이 마치 접근하지 못하는 장벽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백모(54) 씨도 최근 유명 마카롱을 사려고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가게에 들렀다가 그냥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인스타그램으로 사전 예약을 해야만 구매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백씨는 "젊은 사람 중에도 SNS를 안 쓰는 사람이 있는데 너무 배타적"이라며 "일종의 특권 의식까지 함께 팔겠다는 건지,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유모(54) 씨는 "요즘 전화로는 간단한 설명도 안 해주는 식당들이 있다"며 "우리 세대도 소위 말하는 '힙한' 곳에 가보고 싶은데 그게 부담스러워져 서럽다"고 털어놨다.
식당들은 '노쇼(NO SHOW·갑작스러운 불참)'를 방지하기 위해 예약 앱을 이용할 뿐, 특정 세대를 배제하려는 의도는 없다는 반응이다.
경기 남양주시의 한 마카롱 가게 주인은 "예약 앱은 손님이 예약금을 미리 지불하게 해 '노쇼'를 막는 데 도움이 되고, 손으로 정리하지 않아도 예약 현황을 한눈에 보여줘 편리하다"고 설명했다.
물론 일부 식당은 특정 세대를 겨냥해 그에 맞춘 예약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서울 한남동의 한 레스토랑은 "나이가 많은 손님을 배제하려는 게 아니라 주 타깃층이 20대∼40대까지여서 세대에 맞는 예약제를 활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식당들의 이런 기류는 경쟁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나름의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는 "요즘 젊은 층은 비대면·플랫폼 거래에 익숙해 이들을 고객으로 삼으려는 식당을 중심으로 전화 예약을 없애는 경우가 늘었다"며 "이런 전략에는 예약을 힘들게 해 희소성을 높이고, 소비로 자신을 표현하는 '가치소비'를 즐기는 MZ세대에 소구하려는 의도도 깔려있다"고 분석했다.
신 교수는 그러면서도 "좁은 계층에만 소구하고 나머지는 배제하는 모델은 오래 유지될 수 없다는 게 경영학적으로 밝혀져 있다"며 "우리나라와 같은 고령화 사회에서 중장년층 고객을 충분히 배려하지 않는 것은 사회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