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채굴기를 빌리거나 구매하면 고수익을 보장하겠다고 속여 투자금을 끌어모은 뒤 잠적한 '에슬롯미' 사건 피의자가 해외로 달아난 것으로 확인됐다.
9일 경찰 등에 따르면 사기와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수사받는 에슬롯미 핵심 피의자 A(44)씨가 지난 6월 필리핀으로 출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에 있는 또 다른 피의자들은 대부분 신병이 확보돼 순차적으로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 등은 '에슬롯'이라는 이름의 업체를 만들어 지난해 11월 서울 서초구에 사무실을 연 뒤 올해 1월부터 '에슬롯미'라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투자자들을 모집했다.
업체는 투자자들에게 '카자흐스탄, 러시아 등에 가상화폐 채굴장을 차려 운영하고 있으니 투자를 하면 매일 0.7∼3.0의 수익률을 보장한다'고 속여 유인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해외 채굴장 영상을 공개하고 지하철역과 버스에 광고를 내걸었으며 유명 유튜버를 통해 홍보하면서 투자자들을 끌어모았다.
그러다 올해 6월 돌연 상담 채널과 홈페이지를 모두 닫아버렸고, 피해자들은 사기 범죄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피해자들의 고소를 대리한 법무법인 포유 측은 "총 피해자가 최소 1천∼2천여 명, 피해액은 수백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전국 경찰서에 접수된 에슬롯미 관련 고소 사건을 넘겨받아 수사에 착수해 A씨 등을 출국금지 조치했으나, 이미 A씨는 국내를 빠져나간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들은 에슬롯의 사업자 대표가 B씨로 돼 있지만, 실제로는 A씨가 업체를 운영한 실질적인 대표라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A씨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인터폴 국제공조 요청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