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속이고 튀었다"…법무부가 공개한 판정요지서

입력 2022-09-06 17:43


한국 정부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의 국제투자 분쟁을 심리한 중재판정부가 유죄 판결을 받은 론스타 사건에 대해 "속이고 튀었다(Cheat and Run)"고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법무부가 공개한 국제투자분쟁(ISDS·Investor-State Dispute Settlement) 사건 판정 요지서에 따르면 중재판정부 다수의견(2명)은 "금융당국은 매각가격 인하가 이뤄질 때까지 승인 심사를 보류하는 'Wait and See'(관망) 정책을 취했고, 이런 행위는 정당한 정책적 목적을 위한 것이 아니었으므로 자의적이고 비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금융위원회가 인수 승인 심사에서 은행업의 효율성과 건전성을 고려할 수 있고, 법령상 심사 기간을 넘길 수도 있지만, 문제는 이 '관망' 정책이 정당한 규제 목적이 아니라 정치인들과 대중의 비판을 피하려는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됐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 근거로 한국 정치인들이 국회에서 금융위원장에게 가격 인하가 필요하다고 압박하고, 가격 인하 후에는 이를 축하한 점, 하나금융 관계자가 '가격을 인하하면 금융위의 정치적 부담이 낮아질 것'이라고 론스타 측에 언급한 점 등을 들었다.

다수 의견은 그러면서 "사인 간 계약 조건에 관여하는 건 금융당국의 권한 내 행위가 아닌데도, 금융당국은 정치적 부담을 피하고자 외환은행 매각 가격 인하를 위해 노력했다"며 "이는 금융당국의 규제 권한을 자의적이고 악의로 행사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소수의견(1명)은 "(한국 정부의) 가격 인하 압력 행위를 금융당국에 귀속시킬 수 있는 직접 증거는 없고, 전문과 추측만으로는 국가책임 귀속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반대 의견을 냈다.

소수의견은 론스타가 자신에게 유리한 증거로 제출한 기사의 경우 그 증명력에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금융위 증인 및 내부 문건에서 금융위가 가격 인하를 지시했다는 증거를 전혀 찾을 수 없고, 금융위가 일관되게 '매각 가격은 계약 당사자들 사이에서 자율적으로 정해져야 한다'는 입장을 보인다고 밝혔다.

또한 소수의견은 설령 가격 인하 압력이 있었고, 그 책임을 금융당국에 묻는다고 하더라도 국제법 위반이 아니라는 의견도 냈다.

이처럼 중재판정부 다수의견은 한국 정부가 투자보장협정상 공정·공평 대우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결론 내렸지만, 주가조작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론스타에도 50%의 책임이 있다고 보면서 양측이 손해를 동등하게 부담해야 한다고 최종 결론내렸다.

중재판정부는 "론스타가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 관련 형사 유죄판결 확정을 받았던 점에 비춰 보면 소위 '먹튀'(Eat and Run) 비유를 더 발전시켜 론스타가 '속이고 튀었다'(Cheat and Run)고도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011년 10월 6일 선고된 주가조작 사건의 서울고법 파기환송심 유죄판결에 따른 금융위의 외환은행 주식매각 명령으로 론스타 측은 2012년 5월 18일 이후에는 외환은행의 대주주 지분을 더는 보유할 수 없게 됐다"며 "이는 금융당국이 매각 가격 인하를 도모할 수 있는 여지를 줬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에 인하된 매각 가격(4억3천300만 달러)의 절반인 2억1천650만 달러(약 2천800억원·환율 1,300원 기준)를 론스타에 배상하라고 지난달 31일 판정했다. 소수 의견은 주가조작을 한 론스타 측이 100% 책임을 져야 한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법무부는 중재판정부 판정을 수용하기 어렵다며 판정 취소 및 집행정지 신청을 검토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